전두환 전 대통령 예방 반나절 만에 취소
추 “용서는 가해자 아닌 피해자가 손 내미는 것”
“명분도 없고 절차도 무시한 결정” 당내 반발
인사 전횡 등 추미애 나홀로 리더십에 대한 우려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8일 국민통합을 내세워 추진했던 전두환 전 대통령 예방 계획을 반나절 만에 철회했다. 공론화 절차를 밟지도 않았고, 명분도 부적절하다는 당내 비판에 직면하면서다. 야심차게 우클릭 행보에 나서려던 추 대표의 리더십엔 적잖은 금이 갔다. 당내에선 “초보 운전수가 과속 페달을 너무 세게 밟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추 대표가 전 전 대통령 예방을 추진한 데는 ‘호남의 한’을 스스로 뛰어넘어 야권이 국민통합에 선도적으로 나서는 모습을 보여주자는 평소의 소신이 담겨 있었다고 한다. 추 대표 측 인사는 “용서는 가해자가 아닌 피해자의 몫으로, 피해자가 용서해야 호남이 치유된다는 게 대표의 생각이다”고 말했다.
그러나 예방 추진 사실이 알려지자 당내에선 계파나 선수와 상관 없이 비판 여론이 들끓었다. 의원들끼리 사용하는 모바일 메신저에는 “한심한 발상” “어불성설” 등등의 격한 반발이 터져 나왔다. 당내에서 유일하게 전남 지역구를 둔 이개호 의원은 “호남 민심 회복에 공을 들여도 모자랄 판에 당 대표가 나서서 이렇게 민심을 역주행 할 수 있냐”고 비판했다.
추 대표가 오전에 부랴부랴 소집한 긴급 최고위원회에서도 우상호 원내대표를 비롯한 참석한 최고위원 전원이 반대 의견을 표명했다. 40여분간 열린 회의에서 최고위원들은 전 전 대통령이 분명한 사과를 하지 않았는데 먼저 화해의 손길을 내미는 것 자체가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점에서 추 대표의 ‘용서론’을 반박했다. 또 지도부와 일체 협의가 없었다는 지적도 쏟아졌다. 추 대표는 더 이상 일개 국회의원이 아닌 당의 간판인 만큼 언행에 신중해야 한다는 게 요지다.
추 대표가 소신을 굽히며 사태는 일단락 됐지만, 당내에선 추 대표 특유의 ‘나 홀로’ 리더십을 우려하며 “터질 게 터진 것”이라는 반응도 나왔다. 추 대표가 당 대표 취임 이후 우 원내대표와도 인사 문제에 대해 상의하지 않고 전권을 휘두른다는 불만이 팽배했던 터였다. 수도권 중진 의원은 “교섭단체대표 연설에서 새누리당 의석을 가로지르는 등 대표 취임 이후 대선 후보급의 튀는 행보를 보이고 있는데, 지금은 당을 안정적으로 운영해 가는 노련함이 필요한 시점이다”라고 말했다.
강윤주 기자 kka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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