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확한 답변 없이 해명만 급급
삼성 비공개 면담 요구도 거부
道, 협약내용 언론 공개 예정
전북도는 새만금 투자계획과 관련해 삼성이 명확한 답변을 내놓지 않자 사실상 대화 중단을 선언했다. 이형규 전북도 정무부지사는 8일 도청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새만금 투자협약 이행여부에 대해 삼성이 공식적이고 책임있는 답변을 요구했지만 명확한 입장을 내놓지 않은 채 해명만 급급하다”고 밝혔다.
이 부지사는 또 “당초 박상진 삼성전자 사장과 송하진 도지사가 8월 말 만날 예정이었으나 삼성 측이 비공개를 주장해 전북도가 거부해 불발로 끝났다”고 말했다.
삼성 박 사장과 송 지사는 5년 전 삼성그룹이 새만금에 7조원을 투자하겠다고 협약했으나 최근 이를 철회한 배경과 새로운 투자에 대해 협의를 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이 면담에 대한 비공개를 요청한 삼성 측과 공개를 주장한 전북도가 접점을 찾지 못해 면담을 하지 않기로 했다고 이 부지사는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 면담 계획은 그 동안 송하진 도지사가 여러 차례 삼성의 고위층을 만나고 새만금 투자를 요청하는 친서를 삼성 이재용 부회장 측에 전달한 데 따른 삼성 측의 제안에 따른 것이었다고 덧붙였다.
이처럼 면담이 무산됨에 따라 5년 전 삼성의 갑작스러운 투자협약 체결 배경에 대한 진상규명과 새만금지구에 바이오산업 등 새로운 투자를 삼성에 요청한 전북도의 제안이 수포로 돌아갔다.
삼성그룹은 2011년 4월 27일 국무총리실, 농림수산식품부, 지식경제부, 전북도와 함께 투자양해각서(MOU)를 체결하고 새만금지구 11.5㎢ 부지에 2021년부터 20년간에 걸쳐 풍력, 태양전지, 연료전지 등을 포함한 ‘그린에너지 종합산업단지’를 구축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를 위해 1차로 2021년부터 2025년까지 7조6,000억원을 투자해 풍력발전기, 태양전지 생산기지, 그린에너지 연구개발센터 등을 구축하기로 했다.
전북도는 2, 3단계 투자까지 순조롭게 이뤄지면 투자 규모가 20조원을 넘고 2만명 이상의 고용 창출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보고 도내 곳곳에 축하 현수막까지 내걸었다.
그러나 삼성은 이후 5년이 지나도록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다가 최근 상무급 임원들을 전북도에 보내 ‘내수 부진과 세계 경기침체 등으로 새만금에 투자할 여력이 없다’는 입장을 전한 바 있다.
이형규 부지사는 “면담을 통해 갑작스러운 투자계획 발표의 진실과 실제 투자를 철회했는지 등 사실관계 전반에 대한 정확한 답변을 들을 계획이었으나 결국 무산됐다”면서 “당시 투자협약에 대한 진실은 전북도민이 꼭 알아야 할 사안인데도 일류기업 삼성이 왜 비공개를 고집하는지 안타깝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이 부지사는 전북도가 확보한 5년 전 투자협약 당시의 (협약 당사자들의) 세세한 대화 내용이나 세부적인 사실을 언론이나 정치권 등에 제공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최수학 기자 shchoi@hankookil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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