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서강의 폰카일상] 찬바람이 불면…

이전기사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기사가 저장 되었습니다.

기사저장이 취소 되었습니다.

[박서강의 폰카일상] 찬바람이 불면…

입력
2016.09.08 17:52
0 0

서울 중구 덕수궁 돌담길 가로수가 목도리를 두르고 털장갑을 꼈다. 마음 따뜻해지는 풍경은 한편으론 가로수가 겪은 수난의 역설이다.

사실 이 도시에서 가로수로 산다는 것은 재앙에 가깝다. 묵묵히 선 가로수에게 양심불량이 가하는 해코지도 일상이 됐다. 빨랫줄을 걸자고 가로수에 대못을 박고 밑동에 굵은 쇠사슬을 둘러 개인 자전거 보관소로 쓰기 일쑤다. 무자비하게 감은 철사줄이 몸통에 깊은 상처를 내면 누군가 그 곳에 담배꽁초를 후벼 꺼버린다. 온갖 몹쓸 짓에도 항의 한 번 없는 가로수를 우리는 ‘그러려니’하며 지나쳐 왔다.

찬바람이 불기 시작한 날 누군가 걸어 둔 목도리와 장갑 한 쌍이 그 많은 상처를 감싸고 어루만져 줄 수 있을까. 가식적인 이벤트 보다 포근한 마음이 절실한 계절이다.

멀티미디어부 차장 pindropper@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기사가 저장 되었습니다.

기사저장이 취소 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라이브 이슈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