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화구 바위에 페인트로 낙서
자연석 밀반출하다 잇따라 적발
일부 방문객 일탈 도를 넘어
제주를 상징하는 대표 자연관광지들이 일부 몰지각한 관광객들에 때문에 몸살을 앓고 있다. 출입이 금지된 한라산 백록담 분화구에 들어가 바위에 낙서를 하는가 하면 일부 중국인 관광객들은 반출이 금지된 제주 자연석을 갖고 출국하려다 적발되는 일이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세계자연유산이자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한라산 백록담 분화구 남쪽에 위치한 암석 한쪽 면에 누군가가 페인트로 적은 것으로 보이는 ‘곡, 성, 선, 산’ 등의 낙서가 발견됐다. 이 낙서는 지난 6일 사상 처음으로 백록담 분화구내에서 이뤄진 시추작업을 취재하러 갔던 제주지역 언론취재팀이 확인한 것이다. 한라산국립공원에는 공원단속반이 배치돼 탐방로를 벗어나는 관람객에 대해서는 단속을 하고 있지만 이 낙서는 확인하지 못했다. 백록담 분화구 내부는 일반인들의 출입금지 구역이다.
제주 대표적인 무료관광지인 용두암도 일부 중국인 관광객들 때문에 훼손되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제주시 용담동 해안에 위치한 용두암 주변 자연석을 무단으로 가져가 훼손하거나 쓰레기를 버리는 등 비양심적인 행위가 잇따르고 있기 때문이다.
제주도기념물 제57호로 지정된 용두암은 제주의 관문인 제주국제공항ㆍ제주항 등과 1∼2㎞ 내외에 인접해 있고 입장료를 받지 않는 무료관광지이기 때문에 매일 수많은 관광객들의 발길이 이어지는 관광명소다.
하지만 일부 중국인 관광객들이 용두암 주변 자연석들을 가져가거나, 심지어 용두암을 돌로 깨 파편을 가져가려는 행위가 빈번하게 일어나면서 훼손 위기를 맞고 있다.
용두암 주변에서 영업 중인 한 상인은 “중국인 관광객이 용두암 근처까지 들어가 돌들을 가져가고 있다”며 “일부 관광객들은 용두암을 깨 파편을 가져가려고 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실제 중국인 관광객들이 제주의 자연석을 갖고 가다 출국 과정에서 보안 검색에서 적발되는 사례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이경용 제주도의회 의원은 지난 6일 제345회 임시회 제주도 해양수산국의 업무 보고에서 “용을 숭상하는 중국인들이 용두암 자연석을 가져갔다가 제주공항이나 제주항 외항 보안 검색에서 적발되고 있다”며 “매일 한 상자씩 이런 돌덩이들이 나올 정도로 심각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또 한 중국인 관광객 관광통역안내사는 “제주의 자연석을 가져가서는 안 된다고 중국인 관광객들에게 주의를 주고 있지만 일부 관광객들이 말을 듣지 않아 어쩔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용두암을 무단으로 훼손하면 문화재보호법에 따라 5년 이하의 징역이나 5,000만원 이하의 벌금이 부과된다. 또한 제주 자연석의 무단 도외 반출 행위도 제주도특별법에 따라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물게 돼 있다.
세계유산본부 관계자는 “한라산이나 용두암 등 도내 자연관광지인 경우 단속요원을 상주시킬 수 없는 어려움이 있어 단속에 한계가 있는 게 현실”이라며 “앞으로 관광지와 문화재 등에 대한 훼손행위에 대해서는 엄중한 처벌규정이 있다는 사실을 관광업계 등을 통해 적극 홍보하는 한편 재발방지를 위한 대책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영헌 기자 taml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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