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살 금기시하는 교회 내에서
유가족 보듬는 일에 앞장 서
‘자살 예방’ 복지부 장관 표창
“자살자 유가족은 가족을 잃은 것도 가슴 아픈데, 장례를 치르지 못하고 기일마다 추도 예배를 하지 못하는 이중고를 겪고 있었어요. 이들에게 위로가 필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조성돈(49ㆍ사진) 실천신학대학원대 교수는 8일 한국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그는 9일 열리는 2016자살예방의날 기념식에서 자살 예방에 앞장서 온 공로를 인정 받아 보건복지부 장관 표창을 받는다.
목회 사회학을 공부하다 자살 문제에 관심을 갖게 된 그는 자살을 금기시하는 한국 기독교 내에서 자살 유가족을 보듬는 일에 앞장서 왔다. 매달 마지막 주 수요일 유가족들을 위한 예배를 여는 게 대표적이다. “유가족은 어디 가서 털어 놓기 힘든 일을 겪은데다, 자살자와 성격이 비슷하거나 경험해 온 환경이 비슷해 또 다른 자살 위험에 노출돼 있거든요. 자살한 딸의 기일에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분도 있었습니다. 이들에 대한 관심이 필요합니다.”
2014년에는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 교단 내에 자살자를 위한 장례식 예식 등을 담은 지침서를 만들기도 했다. ‘지옥 간 사람에게 장례를 치러줘도 되느냐’는 논란을 막기 위함인데, 지금까지는 이런 논란 탓에 유가족들이 장례를 치르지 못하는 경우도 있었다.
우리나라 하루 평균 자살자는 38명. 2003년부터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자살률 1위라는 오명을 쓰고 있다. 그는 “생명 존중 문화를 확산시키고, 어떻게 하면 자살을 결심하는 이들을 주위에서 도울 수 있을지 모두가 고민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외환위기(IMF) 이후 자살률이 치솟는데, 가치관이 돈 위주로 돌아가면서 돈이 없으면 죽어도 된다는 생각이 퍼진 것 같아요. 학생들의 경우 몇 년 전 설문조사를 해보니 10명 중 3명이 지난 1년 간 한 번 이상 자살을 생각해본 적이 있고, 1년에 4번 정도 자살을 생각한다고 답했는데. 매 학기 치르는 시험에서 큰 스트레스를 받고 있었습니다. 삶의 목적을 돈과 공부가 아닌 보다 선한 것에 두는 노력도 필요합니다.”
조 교수는 2012년 자살예방센터인 라이프호프를 설립, 도움이 필요한 이들을 상담하는 일도 해오고 있다. 그는 “지금 이 순간에도 누군가는 자살을 결심하고 있을 것”이라며 “순간을 잘 넘기면 살만한 시기가 오기도 한다”고 당부했다. “혼자가 힘들면 손 잡고 어려운 시기를 잘 넘길 수 있도록 도울 테니 언제든 찾아와주세요.”
채지선 기자 letmenko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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