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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서령의 길 위의 이야기] 72세, 아버지는 육아 중

입력
2016.09.08 1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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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석이랑 현서 유치원 데려다 주고 나면 집에 와서 아침을 먹어. 청소야 그 전에 다 하지. 집에 있어봐야 니 엄마랑 맨날 싸우기만 하고. 근데 우리 친구들도 다 똑같잖아. 그래서 우리 짤통 친구 중에 하나가(짤통이란, 짤린 통장들의 모임이다) 건물을 하나 가지고 있는데 이게 세가 안 나가서 비었거든. 그래서 “야, 우리가 월세 조금씩 줄게, 그거 우리 다오” 했지. 거기서 노는 거야. 바둑도 두고 장기도 두고. 고스톱 치는 사람도 있지만 난 고스톱은 영 별로라 안 해. 아니, 거기서 노는 사람들은 짤통 모임이 아니고 철심회. 뭐겠어, 그게? 포철을 사랑하는 사람들 모임이지(아버지는 포항제철 정년퇴직자다). 우리가 노인정을 어떻게 가냐? 거긴 동네 노인들 다 계신데. 우리 가면 젊은 사람들 왔다고 부담스러워나 하지. 집에 와서 점심 먹어봐야 니네 엄마 반찬 빤하고 그러니까 그 앞에 식당 가서 같이들 된장찌개도 먹고 그래. 애들이 용돈 주면 “철심회 사람들 오면 밥값 이걸로 계산해 주세요” 하고 한 번씩 돌아가면서 맡겨둬. 5만원도 좋고 가끔은 10만원도 좋고. 돈 있는 친구들은 20만원 낼 때도 있어. 거기 밥값이 5,000원씩이거든. 그럼 다섯 명이 가서 먹기도 하고 열 명이 가기도 하고. 그러다가 연습장 가서 공 잠깐 치다가 현석이랑 현서 데리러 가면, 이것들이 막 차에서 소리도 질러. “하부지! 과자 안 갖고 왔어?” 막 그래. 데리고 와서 놀이터 한 번 가고 운동화 빨아주고. 유치원 놀이터에서 놀다 보면 운동화가 야, 말도 마라, 모래천지야. 빨아야 돼.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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