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천 재건축 단지 매매가 급등
8ㆍ25 대책 이후 1억원 오르기도
강남 넘어 강북도 매물 품귀 현상
정부의 가계부채 관리방안이 발표된 지 사흘 뒤인 지난달 28일 오후 경기 과천시민회관 소극장에는 과천주공2단지 재건축사업 조합원 500여명이 모였다. 재건축 막바지 단계인 관리처분 인가를 과천시로부터 받기 위해 8개 안건을 처리하기 위한 임시총회 자리였다. 안건 모두 압도적인 조합원 찬성으로 통과됐다. 조합측은 10월 관리처분 인가를 받은 뒤 11월말부터 이주에 들어갈 예정이다.
2단지는 과천시 원문동 2번지 일원 1만677㎡에 2,000여가구를 짓는 매머드급 재건축 사업이지만 시공사 입찰이 두 차례나 유찰되는 등 난항을 겪어왔다. 천성우 조합장은 “아파트 공급 축소를 골자로 하는 8ㆍ25 가계부채 대책이 입지가 좋은 곳에는 투자가 몰리도록 유도한 성격이 짙다는 인식 탓에 안건이 손쉽게 통과됐다”며 “원하는 분양가를 무난히 받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반포, 개포 등 강남 일부 재건축 단지에서 불붙던 투자 열풍이 주변 재건축 단지로 빠르게 옮겨 붙고 있다. 가계부채 증가 속도 조절을 위해 주택 공급을 줄이는 방식으로 정부 대책이 선회하자 시장에선 “집값 띄우기가 아니냐”는 인식이 번지고 있어서다. 일각에선 8ㆍ25 대책이 재건축 프리미엄을 키우고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7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준(準)강남으로 불리는 과천 재건축 단지들은 최근 웃돈이 붙으며 매매가가 가파르게 상승 중이다. 주공 2단지의 경우 7억7,000만~7억9,500만원에 거래되던 전용면적 59㎡형이 대책 발표 이후 1억원이 오른 8억7,000만원에 매물로 등장했을 정도다. 올해 말 분양이 예정된 1단지, 6단지 역시 전용 82㎡형이 상반기보다 1억원가량 오른 10억1,000만원, 9억6,000만원에 각각 거래되고 있다. 이 지역 S중개사무소 대표는 “이번 방안 발표 후 과천 재건축 아파트 시장에 제 값을 받아야겠다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고 말했다.
범 강남권으로 입지가 좋은 것으로 평가받는 다른 지역들도 상황은 비슷하다. 강남3구에서 변두리 취급을 받았던 서초구 방배동 재건축 주택단지에는 사업을 적극 추진 중이었던 곳 외에도 7, 8구역 등에서 최근 조합 구성에 들어가며 매물 품귀 현상까지 일고 있다. 역시 재정비 사업이 추진중인 강동뿐만 아니라 용산, 노원, 마포 등 강북지역에서도 이번 대책이 투자 기대감을 높여놓고 있다. 이들 지역에선 조합인가를 받은 구역의 경우 대상 아파트 단지뿐만 아니라 이들 구역에 포함된 소형빌라에까지 수천만원의 웃돈이 붙어 있다. 마포구 신수동에 있는 F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는 “상반기에 1억원 이상 웃돈이 붙은 조합원 매물이 나왔지만, 최근 일부 구역의 분양이 임박하면서 이마저 자취를 감췄다”고 말했다.
이런 분위기를 반영하듯 서울 아파트 매매가 변동률은 8ㆍ25 대책이 발표됐던 8월 4주차(부동산114 집계 0.19%)에 이어 5주차에는 올해 들어 가장 높은 상승률인 0.23%를 기록했다. 재건축 아파트 매매가가 가파르게 상승(0.54%)한 영향이 컸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이번 대책으로 입지가 우수한 재건축 단지에 수요가 집중되며 양극화 현상을 부추기고 있다”며 “향후 추가 규제가 있을 수도 있다는 우려에 재건축 움직임도 빨라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박관규 기자 ac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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