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원, 교섭단체 대표연설
“정치 잘 되면 모든 문제 해결”
남북정상회담, 개헌 논의 주문
“경제 일류라도 정치 제로 땐 0”
추미애 ‘민생 제일’에 견제구
박지원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가 7일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불통 국정운영과 거대 양당 패권주의를 싸잡아 비판하며 정치복원을 역설했다. 기존 정치와 다른 합리적 정치혁명 세력을 자처하며 내년 대선까지 새 판짜기의 주도권을 쥐고 가겠다는 포석이다.
정치 9단으로 불리는 박 위원장은 모든 문제 해결의 시작과 끝은 정치라는 자신만의 철학을 설명하는 것으로 포문을 열었다. 박 위원장은 “아무리 경제가 일류라 해도 정치가 삼류, 즉 제로(0)이면 모든 것이 제로가 되는 게 정치 곱셈의 마법이다”며 “반대로 정치만 제자리를 찾으면 경제를 비롯한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전날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대표연설에서 민생 제일주의에 상당 부분을 할애한 데 대해 정치가 더 근본적인 해법이라고 곧바로 견제구를 날린 것이다.
박 위원장은 그러면서 국정 난맥상의 원인으로 박 대통령을 지목한 뒤, 대통령이 결자해지 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 위원장은 “지금 대한민국의 문제는 박근혜 대통령이다. 정치의 중심인 대통령이 먼저 변해야 한다”며 전면적인 국정 기조 전환을 촉구했다. 구체적으로 남북정상회담 추진과 개헌 논의 착수를 주문했다. 특히 남아도는 쌀과 제주도 감귤 문제 해결을 위해 대북 지원을 재개하자고 공식 제안했다. 이를 두고 박 위원장의 전공 분야인 남북관계와 양당제를 뒤흔들 개헌을 고리로 국민의당 주가를 높이려는 계산이 깔려 있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왔다.
박 위원장은 각종 현안에 분명한 목소리를 내는 선명성 전략으로 차별화를 시도했다.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의 즉각적인 해임을 촉구했고, 안보 문제를 넘어 사회 갈등으로 비화된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ㆍ사드) 배치 문제에 대해선 국회 비준동의 등을 출구 전략으로 제시했다. 박 위원장은 “국민의당은 국회가 내리는 어떠한 결론도 존중하고 따르겠다”고도 했다. 검찰 개혁과 관련해선 국회에 사법개혁특위를 설치하자고 했다.
박 위원장의 연설에선 안철수 전 대표가 평소 강조해온 4차 산업혁명, 미래 먹거리 및 일자리 문제가 언급됐고, 정의와 공정이란 표현도 곳곳에 등장했다. 국민의당 관계자는 “연설문 작성 전에 의원 전체로부터 아이디어를 받는 작업을 거쳤다”고 설명했다.
전날 추 대표 연설 때와 마찬가지로 여당은 치켜세우고, 야당은 깎아 내리는 상반된 반응을 보였다. 새누리당은 연설 내내 대체적으로 경청 모드를 유지했고, 공식 논평을 통해서도 “높은 경륜과 혜안이 배어난 품격 있는 연설이었다”고 호응했다. 다만 박 대통령을 정면으로 문제 삼은 대목 등에선 일부 의원들이 세 차례 “너무 심하네”라며 발끈했다.
더민주 의원들은 전날 추 대표 연설에 대해 국민의당이 혹평한 탓인지 별다른 호응 없이 가만히 지켜만 봤다. 공식논평도 “현안에 대한 인식은 긍정적이지만 화려한 상차림에도 메인 요리를 알 수 없는 백화점 식 나열에 그쳤다”고 날을 세웠다.
강윤주 기자 kkang@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