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대선 여론조사 다시 초접전
최근 3개 조사서 트럼프가 추월
무당파 지지 끌어내 지지율 앞서
이메일 스캔들 “부정직”이미지에도
심층분석서는 여전히 클린턴 우세
미국 대선 판도가 다시 출렁이고 있다. 주요 매체 여론조사에서 공화당의 도널드 트럼프 후보가 민주당의 힐러리 클린턴을 제친 결과가 나오면서다. 전문가 집단에서는 여전히 클린턴 대세론이 우세하지만 여론조사 상으로는 두 후보가 엎치락뒤치락 초접전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CNN과 여론조사업체 ORC가 6일(현지시간) 공개한 여론조사(9월1일~4일)에 따르면, 트럼프는 유권자들로부터 45%의 지지를 얻어 클린턴(43%)을 2% 포인트 앞섰다. 특히 트럼프는 무당파 유권자로부터 49%의 지지를 받아 29%에 그친 클린턴을 무려 20% 포인트 앞섰다. 중도 성향의 표심이 트럼프에 기울고 있다는 얘기다.
트럼프는 LA타임스 조사(8월30일~5일)에서도 44.3%를 얻어 클린턴(43.6%)을 근소하게 앞섰고, 로이터 여론조사(8월 26일~1일)에서도 40%의 지지를 얻어 클린턴(39%)을 따돌렸다. CNN은 “클린턴의 초반 우세가 완전히 증발했다”며 “대선을 9주 가량 앞두고 선거 판세가 초접전 양상으로 접어들었다”고 내다봤다.
트럼프의 맹추격은 클린턴이 자초한 측면이 크다. 클린턴은 최근 사설 이메일 사용에 대한 미 연방수사국(FB) 조사에서 ‘모르쇠’로 일관한 사실이 드러나며 부정직한 이미지를 키웠다. 대중 유세도 줄이고 기자 회견도 소홀히 한 대신 부유층을 대상으로 한 선거자금 모집에는 열을 올린다는 비판을 받았다. 반면 트럼프는 멕시코를 방문해 대통령을 만나고, 흑인 교회를 찾는 등 지속적으로 여론의 이목을 끌었다. 다급해진 클린턴은 5일 자신의 전용기에 처음으로 기자들을 태워 “언론을 더 자주 만나겠다”고 약속하는 등 국면 전환에 나섰다.
여론의 흐름과 달리 전문가들의 심층분석은 아직 클린턴 편이다. 경제분석업체 ‘무디스 애널리틱스’는 5일 클린턴의 낙승이 예상된다는 내용의 자체 분석 보고서를 공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전체 선거인단 538명 가운데 민주당 후보가 332명을 확보해 공화당(206명)을 쉽게 꺾을 전망이다. 세계적인 신용평가사 무디스가 운영하는 애널리틱스는 지난 1980년 이후 대선 승자를 모두 맞춰 왔다.
미국 대선은 주 선거에서 승리한 후보가 모든 선거인단을 가져가는 ‘승자독식제’로 치러지는데, 애널리틱스는 클린턴이 주요 대형주에서 승기를 잡고 있다고 분석했다. 아울러 기록적인 저유가와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꺼질 줄 모르는 인기도 민주당에 유리한 조건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애널리틱스의 댄 화이트 연구원은 “우리의 선거예측모델은 경제와 정치적 조건을 반영한 것으로 개별 후보의 특징은 반영하지 않는다”며 “올해 대선의 특이성을 고려하면, 유권자들이 현재 조건에 지난 선거 때와 다르게 반응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미 일간 워싱턴포스트(WP)도 이날 판세 분석 결과를 공개하며 클린턴의 백악관 입성을 예상했다. WP가 여론조사업체 서베이몽키와 미국 50개 주에서 공동조사(8월9일~1일)한 결과, 클린턴이 20개 주에서 우세를 보여 244명의 선거인단을 확보할 것으로 예측했다. 트럼프 역시 20개 주에서 클린턴에 앞섰지만 선거인단 규모가 작은 주가 대부분이라 126명을 얻는 데 그쳤다. 이에 따라 클린턴이 경합 10개 주 가운데 선거인단이 가장 많이 걸린 플로리다(29명)에서만 승리해도 당선에 필요한 과반(270명)을 무난히 넘길 것이란 전망까지 나온다.
정지용 기자cdragon25@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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