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인 ‘모욕 논란’ 재조명
트럼프ㆍ존슨 등 막말 단골 후보
오바마는 근거없는 모함 대표 사례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이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을 향해 ‘개××(son of a bitch)’라는 모욕을 하면서 정상회담이 취소되는 사건이 발생하자 정치인들의 ‘모욕 논란’이 재조명을 받고 있다. 영국 BBC방송과 일간 가디언은 “두테르테 대통령의 발언은 독특한 일인 것 같지만 정치계의 흔한 장면 중 하나”라며 큰 논란으로 비화했던 정치인들의 비하발언 목록을 공개했다.
두 언론에 따르면 대표적인 ‘막말 정치인’은 미국 공화당 대선후보 도널드 트럼프다. 그는 2011년 “오바마는 미국이 아닌 케냐 태생임을 숨기고 있다”며 그의 출생기록을 공개하기 위해 500만 달러를 지불하겠다고 발언했다. 최근에도 트럼프 후보는 트위터를 통해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를 “위선자” “거짓말쟁이” “악마”라 불렀다. 가디언은 미국의 몇몇 논평가를 인용해 “트럼프가 일으키는 구설수 때문에 대선 논쟁 수준이 전에 없이 떨어졌다”고 지적했다.
보리스 존슨 영국 외교장관도 인신공격을 많이 하는 인물로 유명하다. 일간 텔레그래프에 고정칼럼을 연재해온 그는 2007년 클린턴 후보를 가리켜 “정신병원의 가학적인 간호사 같다”고 비난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인기소설 ‘해리 포터’ 시리즈 등장인물 ‘요정 도비’에 빗댔고 오바마 대통령은 “부분적으로 케냐인이라 대영제국에 태생적 반감을 갖고 있는 인물”로 격하했다.
우고 차베스 전 베네수엘라 대통령은 2006년 유엔 연설에서 조지 W. 부시 전 미국 대통령을 가리켜 “악마가 여기에 있었다. 그는 여기서 세상이 자기 것인 양 말했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그의 후계자인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은 올해 5월 루이스 알마그로 미주기구(OAS) 사무총장이 “국민소환 투표를 방해하지 말라”고 하자 “미 국가정보국(CIA)의 앞잡이, 배신자”라 반격했다.
이에 호세 무히카 전 우루과이 대통령은 마두로 대통령이 “염소처럼 미쳤다”고 발언했다. 무히카 전 대통령은 2013년에도 크리스티나 페르난데스 데 키르치네르 전 아르헨티나 대통령을 “성질 더러운 할망구”로 비난한 것이 마이크에 녹음돼 곤욕을 치르기도 했다. 청렴한 생활 덕에 ‘세상에서 가장 가난한 대통령’으로 칭송 받는 인물의 어색한 이면이다.
반면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대표적인 ‘막말 피해자’다. 소수인종 출신 대통령인 그에게는 ‘무슬림의 트로이 목마’ ‘흑표당(흑인 폭력단체) 지지자’ ‘국기에 대한 맹세를 거부한 인물’등 온갖 근거 없는 공격이 쏟아졌다. 제프리 스톤 시카고대 법대 교수는 일간 시카고트리뷴 기고에서 “역대 대통령 중 이와 비슷한 수준으로 비난당한 대통령은 노예해방선언을 했던 에이브러햄 링컨 뿐”이라 적었다.
인현우 기자 innhyw@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