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장 하나 없는 열악한 환경
폭풍으로 결항 애태우다
대회 하루 전날 겨우 육지행
경북도대회 초등부문 3위 기염
정식 풋살 경기장 하나 없는 경북 울릉군 울릉초등학교 풋살팀이 폭우에 따른 산사태로 학교 운동장이 파묻히고 배가 제대로 뜨지 못하는 열악한 환경에서도 경북도대회 3위를 차지했다.
울릉초등 풋살팀 선수 11명은 지난 3일 경북 포항시 북구 용흥동 풋살장에서 열린 경상북도 학교스포츠클럽 풋살 경기에서 초등학교 남자부문에 3위를 했다. 대회 하루 전날이나 당일 아침 일찍 시합장으로 향해도 되는 육지 어린이들과 비교할 수조차 없는 고난을 뚫고 이룩한 값진 승리였다.
울릉초 풋살팀은 해마다 시합이 열리기 전 여유 있게 배를 타고 나와 버스를 갈아타고 대회장으로 향한다. 언제 배가 끊길지 모르기 때문이다.
올해는 이마저 쉽지 않았다. 배편이 끊겨 출전 자체가 무산될 뻔했다. 지난달 말 폭우로 학교 위 공사장에서 산사태가 나 운동장이 토사로 뒤덮이는 일도 일어났다. 연습도 제대로 못했다. 파도가 높아 1주일 넘게 배가 뜨지 못하다가 대회 하루 전인 2일 겨우 육지에 나올 수 있었다.
뱃멀미에 시달리다 겨우 육지에 도착한 선수들은 정상컨디션을 회복하기도 전에 경기장에 나섰지만 3위까지 올랐다.
울릉초 풋살팀 구범준 선수는 “계속 배가 다니지 않아 정말 나갈 수 있을까 걱정이 많았다”며 “하지만 대회에 나와 막상 경기가 시작되니 반드시 이겨야겠다는 생각만 들어 힘든 줄도 모르고 뛰었다”고 말했다.
울릉도에는 정식 풋살 경기장이 단 한 군데도 없다. 여기에 인구 1만 명의 울릉지역에 초등학교는 단 4곳으로, 울릉초등학교 전교생도 120명에 불과해 풋살팀을 구성하기도 쉽지 않은 실정이다. 풋살팀도 공을 차고 싶은 학생은 많지만 전체 학생 수가 적어 11명이나 되는 축구팀을 꾸리지 못해 대신 겨우 창단됐다. 전체 선수 인원도 이번에 시합을 나간 5, 6학년 11명을 비롯해 4학년 8명을 합쳐 19명이 전부다.
울릉초 풋살팀 강신훈 지도교사는 “대회를 코앞에 두고 학교가 수해를 입어 연습도 하지 못했는데 아이들이 3등이라는 성적을 내 말로 다 할 수 없이 기쁘고 고맙다”고 말했다.
이처럼 아이들이 어려운 여건에 수해까지 겹쳐 연습은 물론 출전도 확신할 수 없던 상황에서 우수한 성적을 얻자 울릉초등학교는 물론 실의에 빠진 울릉주민들도 크게 기뻐하고 있다.
주민 김모(56ㆍ울릉 울릉읍 도동리)씨는 “울릉초등학교는 피해가 너무 커서 해병대 장병들이 집중적으로 복구작업을 펼쳤던 곳이다”며“힘든 여건에서 열심히 뛰어 준 학생들이 고맙고 대견하며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김정혜기자 kj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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