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년전 용인 부촌서 강도살인
공소시효 폐지 ‘태완이법’ 재조사
옛 통화기록 뒤져 범인 찾아내
진범은 자백, 공범은 자살 결말

15년 전 경기 용인 부촌지역 한 단독주택에서 발생한 살인사건의 범인이 경찰에 붙잡혔다. 지난 달 전남 나주 드들강 여고생 강간살인 사건 유력 용의자가 법정에 선 데 이어 살인죄 공소시효를 폐지한 이른바 ‘태완이법’이 적용된 두 번째 사례다.
용인동부경찰서는 강도살인 혐의로 김모(52ㆍ수감 중)씨를 입건했다고 7일 밝혔다.
김씨는 2001년 6월28일 오전 4시쯤 용인시 기흥구 A(당시 55세)씨의 단독주택에 B(52ㆍ사망)씨와 함께 침입, A씨 부인(당시 51세)을 흉기로 찔러 살해하고 A씨에게 중상을 입힌 혐의를 받고 있다.
당시 경찰은 형사 27명으로 구성된 전담팀을 꾸려 김씨 등 5,000여명을 대상으로 수사했으나 범인을 가려내지 못했고 7년여 뒤인 2007년 2월9일 미제사건으로 분류했다. 김씨는 “근무하는 휴대전화 판매점의 고객이어서 B씨와 통화했다”며 수사망을 빠져나갔다.
하지만 지난해 7월 이른바 태완이법을 통해 공소시효(15년)가 완성되지 않은 사건의 공소시효가 없어지면서 재수사에 착수한 경찰에 미심쩍은 정황이 포착됐다. 전과가 있고 사건 발생 전후 인근 기지국에 통화기록이 찍힌 김씨와 그의 통화 상대였던 B씨를 경찰이 다시 용의선상에 올렸는데, 이들이 1999년 12월부터 2001년 2월까지 1년2개월 여간 같은 교도소에서 수감생활을 하며 알고 지낸 사이임이 확인된 것이다. 애초 김씨의 진술, 재수사 초기 “서로 모르는 사이”라고 발뺌하던 둘의 알리바이가 깨지는 순간이었다.
진범임을 확신한 경찰은 지난 7월23일 B씨에게 출석요구서를 보냈다. 김씨는 이미 지난 5월 특수절도 혐의로 구속돼 강원도의 한 교도소에 수감 중인 상황이었다. 하지만 B씨는 1차 출석요구에 불응한 데 이어 지난달 5일 2차 출석요구를 받고 나서 돌연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경찰은 숨지기 전 B씨가 아내에게 “15년 전 김씨와 남의 집에 들어가 흉기로 사람을 찔렀다”고 자백한 것으로 미뤄, 수사에 대한 압박감과 죄책감 등으로 극단적 선택을 한 것으로 보고 김씨를 4차례 접견해 범행일체를 자백 받았다.
김씨는 “용인 단독주택에 부자들이 많이 산다고 해서 빈집인 줄 알고 돈을 훔치러 들어갔다”며 “피해자들이 잠에서 깨자 놀라서 흉기를 휘둘렀다”고 경찰에 털어놨다. 그는 지난 6일 진행된 현장검증 과정에서 범행수법, 침입 및 도주 경로 등을 재연한 것으로 전해졌다.
뒤늦게 부인을 살해한 범인이 잡혔다는 소식을 들은 A씨는 경찰에 “정말 고맙고 고생 많았다”며 감사를 표했다.
이번 사건 해결로 38건이던 경기남부지방경찰청 관내 장기 미제사건은 37건으로 줄었다.
유명식기자 gij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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