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 보호소에도 가족을 기다리는 예쁜 동물들이 많다는 걸 알리기 위해 동물단체들이 운영하는 보호소를 차례로 찾아가고 있다. 방문하는 것까진 좋지만 다녀오면 후유증이 생긴다. 보호소마다 눈에 밟히는 개들이 있기 때문이다. 보호소마다 개와 고양이들이 많지만 워낙 개를 좋아하는지라 유독 마음이 가는 개들이 꼭 한두 마리씩 생긴다.
동물단체 케어가 운영하는 입양센터 답십리점에는 지난 6월 학대당하다 구조된 한 살이 갓 넘은 백구 ‘진돌’이 있다. 진돌은 두 뒷다리 발목 부문이 없는데, 주인이 도끼로 잘라버렸기 때문이라고 한다. 주민의 신고로 진돌이는 구조됐지만 이제 평생 제대로 서지는 못한다. 그래도 던져주는 간식은 잽싸게 달려가 먹는다. 마포구 잔다리로에 있는 카라가 운영하는 아름품에는 지난해 말 식용개 농장에서 태어나자마자 데려온 백구 ‘미일’이 있다. 쫑긋 선 귀와 긴 다리의 멋진 외모뿐 아니라 이름을 부르면 달려와 안기는 애교까지 갖췄다. 경기 남양주 동물자유연대 복지센터에서 만난 포메라니안 ‘꼬롱’은 강아지 대여서비스에 이용되다 버려졌다. 제때 치료받지 못해 앞다리 한쪽을 잃었지만 인형 같은 외모에 자기 예뻐하는 줄 알고 눈이 마주치자 마자 폭 안겼던 꼬롱은 이제 새 가족을 만났다.
동물보호소에 있는 개들은 이처럼 저마다 사연들을 갖고 있다. 버림받고, 학대받은 상처 탓에 선뜻 마음의 문을 열지 않는 동물들도 있지만 대부분은 기억이 없어지는 약이라도 먹었는지 그저 해맑게 사람들을 반기고 좋아한다. 보호소라고 해서 백구나 혼종견만 있는 게 아니라 푸들, 시추, 몰티즈 등 우리나라 사람들이 많이 키우는 소형 품종견들도 적지 않다.
올해 강아지들을 물건 찍어내듯 대량 생산하는 이른바 ‘강아지 공장’의 열악한 현실이 이슈가 되면서 ‘개와 고양이를 사지 않고 입양하고 싶다’ ‘데려오지는 못하더라도 도와주고 싶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많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어느 보호소로 가야 할지, 어떤 일을 할 수 있을지 망설여진다는 이들도 있다.
보호소는 지역자치단체가 직접 또는 위탁 운영하는 곳과 민간 단체나 개인이 설립한 곳으로 나뉜다. 지자체가 운영하는 보호소의 동물들은 동물보호관리시스템 사이트에 접속하면 품종과 나이, 건강상태 등을 확인할 수 있다. 민간 보호소 가운데는 우선 동물보호단체가 운영하는 보호소를 직접 방문해 입양을 알아보거나 자원봉사 활동을 해보길 권한다. 단체들은 동물들의 특성을 파악하고 있기 때문에 동물을 선택하는 데 도움을 받을 수 있다. 또 구매하듯 당장 선택할 필요 없이 시간을 갖고 데려오고 싶은 동물에 대해 알아보면 된다.
입양하지 않더라도 동물들에 대해 알아볼 기회도 얻고, 도움도 줄 수 있는 건 봉사활동이다. 각각의 보호소들은 차량 이동, 미용, 산책, 놀아주기 등 필요로 하는 봉사항목이 다르다. 동물단체들은 직영하는 보호소 이외에 다른 작은 보호소를 돕는 경우도 많은데 이 경우에도 많은 도움의 손길이 필요하다. 이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되려면 꾸준하게 활동을 해야 한다. 동물을 입양하고 싶거나 도와주고 싶다면 끝까지 함께한다는 책임감이 우선이며 준비가 됐다면 주저하지 말고 우선 보호소를 방문해보자. 찰떡궁합 반려견이 기다리고 있을지 모른다.
글·사진= 고은경기자 scoopko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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