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 200만명 타지로 휴가 강요
수백만 시민 강제 퇴거ㆍ영업 중단…
반체제 인사들 자택 감금 조치
중국이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를 깔끔하게 마무리한 배경으로 항저우(杭州) 주민들에 대한 강압적인 통제가 거론되고 있다. 시진핑(習近平) 정권이 중국을 세계 정상에 등극시키기 위한 작업에 몰두하는 동안 주민 수백만명은 강제 퇴거, 영업 중단 조치에 시달린 것으로 나타났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5일(현지시간) 중국 정부가 G20 정상회의의 성공적 개최를 위해 600만명 규모의 대도시 항저우를 사실상 ‘유령 도시’로 탈바꿈시켰다고 보도했다. 시민 3분의 1 이상이 시 당국의 지침에 따라 타지로 휴가를 떠난 데 이어, 회담장 인근 거주지역의 주민 수천명은 잠재적 공격 위험을 없앤다는 명목 아래 아예 임시 퇴거를 명령 받았다. 반체제 인사들은 자택 감금에 취해졌다. 앞서 항저우시 당국은 시민들에 총 11억달러(약1조2,287억원) 규모의 여행 쿠폰을 배포, 휴가를 권고한 사실만 발표했으나 실상은 보다 폭압적인 조치가 취해진 것이다.
주민들이 떠나가면서 지역 경제도 멈춰섰다. 항저우 인근 300㎞ 이내 공장 및 건축 현장의 작업이 대기오염을 막기 위해 강제 중단됐다. 공장 노동자를 주요 고객으로 둔 자체제작상품(DIY) 가게 운영자 우위화(43)씨는 “손님들 발길이 끊겨 휴업할 수밖에 없는데 임대료만 빠져나가는 상황”이라고 불평했다. 식당 주인 리인덩씨는 “영업 중단 명령이 내려졌다”며 “(정부 관리들이 와) 오바마 대통령이 항저우에 있는 동안 무슨 일이라도 생기면 자신들은 당장 해고된다 했다”고 미국 뉴욕타임스와 인터뷰에서 밝혔다.
중국은 G20 정상회의를 대국굴기의 계기로 삼기 위해 항저우시를 강하게 통제했다는 분석이다. 중국 정부는 G2의 입지를 대내외로 선포할 수 있는 국제회의의 성공적 개최를 위해 76만명에 달하는 항저우 시민 봉사자도 모자라 항저우에서 북쪽으로 1,200㎞ 이상 떨어진 베이징(北京)에서도 공공 치안 봉사자들을 동원했다. 시진핑 주석은 G20 정상회의 직후인 5일 저녁 외신 기자들에게 “전세계에 정상회의의 성공을 전해준 여러분의 노고 덕분에 G20에 중국의 직인을 찍을 수 있었다”고 속내를 드러냈다.
김정원기자 garden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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