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배도 안 피우고 운동도 많이 하는데 목이 왜 이렇게 잘 쉬는 건지 모르겠어요.”
21년 차 발라드 가수의 엄살이 시작됐다. “리허설 하면서 이미 목이 쉬었다”며 헛기침을 하더니 “원곡보다 두 키 정도 낮춘 게 이 높이”라며 고개를 가로젓기도 했다.
마이크를 허리 높이까지 떨어뜨리며 온 몸을 다해 신곡 ‘내가 저지른 사랑’을 완벽하게 부르기 전까지, 5일 오후 4시 13집 정규앨범 ‘아임’(I’M’) 발매 기념 쇼케이스 무대에 선 임창정(43)의 엄살은 계속 됐다. “지난해 큰 사랑을 받은 ‘또 다시 사랑’보다 (이번 신곡이) 좋은 지 안 좋은지 몰라 부담감이 정말 컸다”며 “아예 댄스 같은 다른 장르로 피해볼까도 고민했다”고 털어놓았을 정도다.
하지만 불과 몇 시간 뒤. 무려 14곡이 수록된, 요새 보기 힘든 정규 앨범에 대한 그의 걱정은 기우가 됐다.
6일 자정 공개된 ‘내가 저지른 사랑’은 이날 오후 6시 현재 멜론, 벅스, 지니뮤직, 엠넷, 네이버뮤직, 소리바다, 올레뮤직, 몽키3 등 국내 8개 주요 음원 차트 1위를 휩쓸고 있다. 이 뿐만이 아니다. 지난해 가을 스무 살이나 어린 아이돌 그룹들을 제치고 그에게 KBS ‘뮤직뱅크’ 1위 트로피를 안겨다 준 ‘또 다시 사랑’까지 재소환돼 ‘내가 저지른 사랑’과 실시간 음원 차트(멜론 34위)에 동거 중이다.
이 정도면 그의 바람대로 ‘또 다시 사랑’이 가을만 되면 거리에 울려 퍼지는 ‘가을 시즌송’이 되는 것도 무리는 아닌 듯 보인다. 임창정 역시 “버스커버스커의 ‘벚꽃엔딩’이 봄 시즌 송이라면 가을하면 임창정이란 이야기를 솔직히 듣고 싶다”는 속내를 드러낸 바 있다.
임창정은 이날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음원 순위 결과에 대한 벅참 감동을 전하기도 했다. “결과가 좋아서 행복한 게 아니라 내 노래를 들어줄 누군가가 있기에 행복하다는 걸 느낍니다. 눈물범벅으로 아침을 보내고 있는 1인 인사 드립니다. 고맙습니다”라며 “사고 안 치고 노래 연기 열심히 하겠습니다. 아들들 깨워 자랑질 좀 하겠습니다. 난 행복한 사람이라고. 여러분 고맙습니다”란 감사 인사였다. 대형 소속사를 등에 업은 아이돌 그룹도 아니고, 인기 드라마의 O.S.T로 수록된 노래가 아니면 음원차트에서 좀처럼 청취자들의 관심을 사기 어려운 게 가요계 현실이다. 전자 음악과 힙합 등에 밀려 점점 차트에서 설 곳을 잃어가는 마흔을 넘긴 정통 발라드 가수의 기쁨은 더 클 수 밖에 없다. 임창정의 ‘차트 올킬’이 더 반가운 이유다.
조아름기자 archo1206@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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