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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수 코치 “여자야구 열정이 만든 기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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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수 코치 “여자야구 열정이 만든 기적”

입력
2016.09.06 15: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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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수(오른쪽) 여자야구 대표팀 투수코치와 좌완투수 원혜련.
김용수(오른쪽) 여자야구 대표팀 투수코치와 좌완투수 원혜련.

불모지나 다름없던 한국 여자야구가 기대 이상의 선전으로 화제를 모으고 있다.

이광환 감독이 이끄는 대표팀은 부산 기장군에서 열리고 있는 2016 세계여자야구월드컵에서 상위 6개국이 나가는 슈퍼라운드에 진출해 7일 오전 9시30분 대만과 첫 경기를 벌인다. 참가 12국 중 꼴찌에서 두 번째인 세계랭킹 11위의 한국으로서는 불가능했던 ‘기적’이다. 게다가 랭킹 8위 쿠바와 경기에서는 1-3으로 패색이 짙던 6회말 4-3으로 뒤집는 명승부를 연출했다. 여자야구는 7회까지만 진행된다.

이변의 원동력은 예상보다 탄탄한 마운드다. 국제대회일수록 투수력에서 승부가 갈린다. 그런 점에서 대표팀의 투수코치로 합류한 김용수(56) 전 LG 코치의 지도력이 새삼 돋보인다는 평가다. 베네수엘라와 조별리그 마지막 경기에선 콜드 게임패하긴 했지만 워낙 수준 차가 컸고, 이미 슈퍼라운드 진출을 확정 지은 상황이라 총력전을 벌일 이유도 없었다.

김 코치는 6일 본보와 전화통화에서 “4월 말부터 합류해 주말마다 선수들과 훈련했다”면서 “땀 흘렸던 선수들이 노력의 결실을 거둔 것 같아 기쁘고 대견하다”고 말했다. 김 코치가 대표팀 유니폼을 입었을 때만 해도 상상할 수 없던 일이다. 그는 “(여자야구 선수들은)평범한 직장인이고, 학생들이다. 그저 동호인 수준으로 즐기는 정도의 선수들”이라면서 “야구를 직업으로 하는 세계 강호들과 이 정도 경기를 한다는 것이 나도 놀랍다”고 말했다. 주효했던 원포인트 레슨은 변화구 사사였다. 그는 “남자 선수들과 가장 큰 차이다. 직구밖에는 던질 줄 몰랐던 투수들에게 체인지업과 슬라이더 등 변화구를 가르쳐줬는데 운동 신경들이 좋고 열정이 있어 금세 체득하더라”고 말했다. 110㎞의 빠른 볼을 던지는 대표팀의 최연소 김라경(17)은 김 코치가 가르쳐준 변화구를 터득해 유인구로 사용했고, 쿠바전 마지막 투수로 나갔던 배유가(27)도 변화구를 섞어 던지며 2⅔이닝을 무실점으로 막고 승리투수가 됐다.

김 코치는 “열악하고 척박한 환경이지만 야구가 좋아 뛰는 선수들을 위해, 한국 여자야구발전을 위해 봉사한다는 마음으로 이광환 감독님의 부름에 기꺼이 합류했다”고 밝혔다.

김 코치와 이 감독의 인연은 1994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 감독이 LG의 창단 두 번째 우승을 이끌었을 때 김 코치는 당시 한국시리즈 최우수선수(MVP)에 오른 우승 주역이었다. 지도자로 호흡을 맞춘 건 이 감독이 LG의 두 번째 지휘봉을 잡았던 2003년 2군 투수코치를 지낸 이후 13년 만이다. 김 코치는 LG 유일의 영구결번 선수로 레전드 대접을 받고 있지만 2009년을 끝으로 LG 유니폼을 벗은 이후 행보는 순탄하지 않았다. 중앙대 감독을 거쳐 2014년 말 롯데 코치로 갈 뻔하다가 갑자기 과거 행적을 문제 삼은 롯데 구단의 계약 철회 결정으로 없던 일이 됐다. 김 코치는 “내 불찰이었다”라면서 “기회가 다시 올지 모르겠지만 프로 무대에 돌아간다면 지금과 같은 마음으로 헌신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번 대회는 이 감독과 김 코치의 친정인 LG(전자ㆍ생활건강)가 타이틀스폰서로 나선 대회다. 구본준 LG 트윈스 구단주는 2012년부터 ‘LG배 한국여자야구대회’를, 2014년부터 ‘LG컵 국제여자야구대회’를 개최할 만큼 여자야구 저변 확대에 적극적이다. 성환희기자 hhsu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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