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 언니와 나는, 그게 언제가 될는지는 모르겠지만, 둘이서 꼭 작은 책방을 열겠다고 마음을 먹었다. 그 책방에서는 소설만 팔 거니까 한 달에 두 번은 작가를 초대해 낭독회도 열어야지 생각했다. H 언니는 책방 안 공간에 테이블을 놓고 커피와 꽃을 함께 팔 거라고 했다. 제과제빵 자격증이 있지만 오븐을 만져본지 십 년도 더 지났으니까 쿠키 파는 건 포기하고 대신 바리스타 자격증을 딸 거라고 했다. 그래서 지금 일주일에 두 번씩 플로리스트 과정에도 다니고 있는 중이다. 소설과 커피와 꽃을 같이 파는 상점을 낼 생각만 하면 우리 둘은 하루 종일 기분이 좋아졌다. 세상에서 제일 예쁜 세 가지를 다 파는 상점이잖아. H 언니는 책방 담벼락에다 빨간 줄장미도 심겠다 마음을 먹었다.
“그런데 말야, 요즘은 임대료가 너무 비싸잖아.” H 언니의 걱정에 내가 대답했다. “싼 데로 얻으면 돼. 그 다음에 우리가 잘 키우면 되잖아.” “그럼 주인이 나가라고 할 거 아냐. 자기들이 장사하려고.” 신문에서 하도 보아온 일이라 반박도 못하겠다. “그렇겠네. 그러면 책방보다 건물을 먼저 사야 해?” “책방을 열어야 돈을 버는데.” “뭐야. 어떡해야 하지?” 우리는 또 까르르 웃는다. 소설책 한 권을 팔면 얼마나 남는지, 커피 한 잔과 꽃 한 다발을 팔면 얼마가 남는지 그런 것만 고민하고 싶었는데 그 전에 건물주부터 되어야 한다니. 요즘 20대 숱한 청년들의 장래희망이 건물주와 공무원이라더니 욕도 못할 시절인가보다. 아무래도 책방은 다음 생애에서나.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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