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모차 다닐수 있게 통로 넓히고
장난감 대여점ㆍ문화강좌 등 마련
신혼부부 등 젊은층 고객 북적
하루 평균 손님 6년 만에
1500명서 5000명으로 늘어

서울 영등포구에 살다 지난 6월 경기 부천시 역곡동으로 이사온 주부 박정은(37)씨는 폭염이 지속된 올 여름 밖에 나가지도 않고 전화 한 통화로 장을 봤다. 걸어서 15분 거리인 ‘역곡상상시장’이 콜센터를 마련, 주민이 전화로 사고 싶은 물건들을 알려주면 시장 직원들이 대신 장을 봐 배달까지 해 주는 ‘장보기 대행 서비스’를 시행한 덕분이다. 박씨는 최근에도 이 서비스를 이용해 알타리무 두 단, 빨간 고추 한 팩, 부추 한 단을 샀다. 그는 “섭씨 36도를 넘나드는 무더위에 네 살 딸을 데리고 무거운 짐까지 들어야 하는 수고를 덜게 돼 아주 만족한다”며 “장보기 대행서비스를 자주 이용하다 보니 이젠 역곡상상시장의 단골이 됐다”고 말했다.
전통시장이 시설현대화와 고객 맞춤 서비스를 통해 활력을 되찾고 있다. 역곡상상시장의 장보기 대행과 배달 서비스가 대표적인 예다. 남일우 역곡상상시장 상인회장은 “콜센터상담원 1명, 배송기사 1명, 장보기 도우미 3명으로 7월부터 장보기 대행과 배달 서비스를 시작했다”며 “장보기 대행은 하루 60여명, 근거리 배달은 20여명이 이용할 정도로 큰 인기를 얻고 있다”고 말했다.
역곡상상시장은 2000년대부터 꾸준히 시장 환경 개선에 힘써 왔다. 우선 시장을 남북으로 관통하는 길이 200미터인 주요 통로의 폭을 4미터로 넓히고 행상을 없애, 편리하게 장을 볼 수 있는 동선을 확보했다. 남 회장은 “서울과의 경계인 지역 특성상, 주변에는 전세난을 견디지 못하고 서울에서 건너 온 신혼부부 등 20,30대 젊은 고객들이 많다”며 “대형마트처럼 유모차를 끌고 나와 장을 볼 수 있게 된 후 꾸준히 발길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2014년 중소기업청과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의 문화관광형시장 육성사업에 선정된 역곡상상시장은 시장 중간에 있는 상인회 3층 건물에 만화북카페, 장난감대여점, 커피숍 등의 편의시설도 마련했다. 요가ㆍ탁구ㆍ노래 등을 배울 수 있는 문화강좌도 개설돼 항상 주민들로 붐빈다. 또 포스시스템을 도입하면서 구매금액의 일정비율 포인트로 쌓아주는 ‘고객 마일리지 적립’도 시행하고 있다.
이 같은 노력에 하루 평균 시장 이용객은 2010년 1,500명에서 최근엔 5,000여명으로 늘어났다. 남 회장은 “120개 점포 사장님이 상인회에 모두 가입하고 시장 환경 개선을 위한 아이디어를 내는 등 똘똘 뭉쳐 힘쓴 결과”라고 말했다.
중소기업청과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의 문화관광형시장 육성사업은 2008년 시작됐다. 특산품이나 관광지 등 각 지역 고유의 자원을 전통시장과 접목해 전통시장을 활성화시키는 사업이다. 지금까지 총 149개 전통시장이 참여했다. 중소기업청 관계자는 “문화관광형시장 육성사업에 참여한 시장은 점포당 1일 평균 매출액이 10.6%, 1일 평균 고객수는 12.9% 증가하는 성과를 냈다”고 말했다. 부천=글ㆍ사진 박민식 기자 bemyself@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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