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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영화 4' 장기 집권 속 다양성 영화 기회 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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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영화 4' 장기 집권 속 다양성 영화 기회 줄었다

입력
2016.09.06 1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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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10일 개봉한 ‘터널’은 경쟁작의 부재 속에 장기간 박스오피스 1위를 지키고 있다. 쇼박스 제공
지난달 10일 개봉한 ‘터널’은 경쟁작의 부재 속에 장기간 박스오피스 1위를 지키고 있다. 쇼박스 제공

극장가는 아직도 여름 블록버스터 천하다. 여름 성수기를 지나 9월 중순을 향해가고 있는 현재까지 4대 배급사의 여름 영화 4편 모두 박스오피스 10위권에서 장기 흥행 중이다.

지난달 10일 개봉한 ‘터널’은 5일 하루 동안 3만7,295명을 불러모으며 27일 연속 박스오피스 정상을 지켰다. 누적관객수 698만253명으로, 700만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다. ‘터널’보다 1주일 앞서 개봉한 ‘덕혜옹주’(누적 554만1,588명)가 1만2,616명을 동원해 4위에 올랐고, 그 뒤로 ‘부산행’(누적 1153만9,639명)이 7위, ‘인천상륙작전’(누적 703만8,582명)이 9위에 이름을 올렸다. ‘부산행’과 ‘인천상륙작전’은 각각 7월 20일과 27일 개봉해 벌써 한 달 반이 넘도록 관객을 만나고 있다. 전체적으로 관객수가 줄어든 상황에서도 ‘메카닉:리크루트’ ‘라이트 아웃’ ‘고스트버스터즈’ 같은 신작 외화들과 어깨를 견주며 뒷심을 발휘하고 있다.

여름 시장에서 한국영화 4편이 바통을 이어받듯 차례로 흥행한 것도 이례적이지만, 4편 모두가 장기 흥행 하는 것은 더 이례적이다. 배급사 관계자들도 “어느 정도 관객몰이를 기대하긴 했지만 이렇게 오래 극장에 걸려 있을 줄은 몰랐다”고 말한다. 이에 대해 한 영화 관계자는 “올 여름 영화들이 전체적으로 완성도가 높아 4편 모두 볼만하다는 호의적 여론이 형성됐다”며 “4편을 다 챙겨보려는 관객들이 꾸준히 극장을 찾으면서 일정 수준의 관객수가 유지되고 있다”고 봤다.

때이른 추석 연휴도 한 가지 이유로 꼽힌다. 지난해는 추석 연휴가 9월 말이었지만 올해는 9월 중순으로 보름이나 앞당겨졌다. 여름 성수기와 추석 연휴 사이의 기간이 짧아 기대작들의 개봉이 추석에 맞춰지다 보니 여름 대작들을 대체할 만한 영화들이 없었다는 설명이다. 한 배급사 관계자는 “4대 영화가 유난히 강해서라기보다는 규모 있는 신작 영화가 별로 없어서 박스오피스에 변동이 없는 것”이라고 짚었다.

영화 ‘덕혜옹주’ 스틸 컷
영화 ‘덕혜옹주’ 스틸 컷

한편에서는 4대 영화의 박스오피스 점령이 길어지면서 틈새 시장에서 충분한 경쟁력을 갖춘 작은 영화들이 기회를 빼앗겼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지난달 25일 ‘올레’와 ‘최악의 하루’ ‘범죄의 여왕’이 동시 개봉했지만, 4대 영화들로 짜인 경쟁 구도에서 일찌감치 밀려났다. 개봉 첫 날 10~12위로 시작한 이들 세 영화는 관객들이 가장 많이 몰리는 개봉 첫 주말에 오히려 스크린수와 상영횟수가 줄어들었다. ‘올레’는 개봉일에 338개 스크린에서 899회 상영됐지만, 첫 주말인 27일에 상영횟수가 691회로 줄어들었다. ‘범죄의 여왕’도 스크린수 266개, 상영횟수 627회로 출발해 27일에는 각각 255개, 461회로 상영횟수가 크게 줄었다. 스크린수 196개, 상영횟수 500회로 시작한 ‘최악의 하루’는 그나마 CGV아트하우스 배급이라 개봉일의 상영관이 주말에도 유지됐다.

개봉 2주차 주말을 지나며 상영관은 더 줄었다. ‘범죄의 여왕’은 5일에 39개 스크린에서 55회 상영됐다. 누적 관객수는 4만852명이다. 최근 충무로에서 가장 주목 받는 영화창작집단 광화문시네마의 신작인 데다 중년 여성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참신한 범죄 스릴러라는 평단의 호평을 받았던 터라, 뜻밖의 부진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범죄의 여왕’의 한 관계자는 “애초에 극장들이 스크린을 많이 내주지 않았고, 특히 상영 시간대를 이른 아침이나 늦은 밤에 배정받아 관객몰이에 불리함이 많았다”며 “추석영화인 ‘밀정’과 ‘고산자, 대동여지도’가 7일 개봉하면 그나마 얼마 남지 않은 스크린도 유지하기 어려울지 모른다”고 탄식했다. 다른 배급사 관계자도 “작은 영화들은 대규모 개봉을 못하기 때문에 어떤 극장에서 어떤 시간대에 몇 회 상영되느냐가 흥행에 중요하게 작용한다”며 “잘 만들어진 작은 영화들의 상영 기회를 보장하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김표향 기자 suzak@hankookilbo.com

‘범죄의 여왕’은 참신한 전개가 돋보이는 범죄 스릴러 영화로 평단의 호평을 받았다. 콘텐츠판다 제공
‘범죄의 여왕’은 참신한 전개가 돋보이는 범죄 스릴러 영화로 평단의 호평을 받았다. 콘텐츠판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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