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반자살 4명 중 3명 지난달 인천에서 자살 미수
수법도 동일 … 채무 등 경제적 상황 비관 추정
경기 안산의 한 사무실에서 남녀 4명이 함께 숨진 채 발견됐다. 이중 3명은 지난달 인천에서 동반자살을 시도하다 경찰에 구조된 전력이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5일 오전 8시22분쯤 경기 안산시 단원구의 한 건물 2층에서 김모(26ㆍ여)씨와 박모(44)씨 등 남자 3명이 숨져 있는 것을 김씨 가족의 미귀가 신고를 받고 수색 중이던 경찰이 발견했다.
김씨 등이 질소가스통 2개와 호스로 연결된 비닐봉지를 뒤집어쓴 상태로 발견된 점을 감안해 사인은 질소가스에 의한 질식사로 추정된다. 유서는 이중 1명의 바지 주머니에서만 발견됐는데, ‘가족 등에게 미안하다’는 내용이 담겼다. 경찰은 이들이 지난 1일 현장 인근 식당에서 함께 식사를 했고, 이날 밤늦게 일행 1명이 마지막으로 사무실에 들어간 뒤 모두 나오지 않았다는 주변 진술을 확보했다.
이들은 서로 사는 지역, 직업, 연령 등이 달라 동반자살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특히 4명 중 김씨 등 3명은 또 다른 한 명과 인터넷 자살커뮤니티에서 만나 지난달 22일 인천 연수구 연수동의 한 원룸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다 경찰에 구조된 바 있다.
당시 경찰 조사에 따르면 김씨 등은 경제적인 사정이나 건강상 이유로 극단적인 선택을 시도했다. 경찰은 서로 자살을 도운 혐의(자살방조)로 김씨 등을 입건하고, 인천 남동구와 남구, 서구 3곳의 병원에 입원시켜 치료를 받게 했다. 이후 이들은 가족에게 인계됐다. 그러나 김씨 등은 불과 열흘 남짓 만에 다른 사람을 끌어들여 결국 목숨을 끊었다. 경찰과 함께 김씨 등을 입원시킨 인천정신건강증진센터 관계자는 “이들에 대한 치료와 관련된 모든 판단은 병원 의료진이 했지만 자세한 내용은 개인정보라 알려줄 수 없다”고 말했다.
이런 사실을 토대로 경찰은 김씨 등이 다시 자살을 모의해 실행에 옮겼을 것으로 보고 자세한 경위를 조사하는 한편, 사인을 밝히기 위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부검을 의뢰했다. 아울러 해당 건물에서 2013년 5월과 지난해 5월 자살 사건이 벌어졌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이번 사건과의 연관성도 분석 중이다.
경찰은 “인터넷 자살사이트 접속 기록 등을 추적해 운영자 등의 자살교사 혹은 방조 행위가 드러나면 법적 책임을 물을 방침”이라고 말했다.
유명식기자 gija@hankookilbo.com
이환직기자 slamh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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