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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진해운 표류하는데... “네가 나서라” 핑퐁 게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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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진해운 표류하는데... “네가 나서라” 핑퐁 게임

입력
2016.09.05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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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박 73척 공해상에… 물류대란 임박

법원은 채권단에, 금융당국은 한진그룹에 책임 떠넘겨

한진그룹 자금지원안 마지못해 꺼내들었지만.. 여전한 입장차로 논의 결렬

국내 1위 국적 해운사인 한진해운의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로 인한 후폭풍이 거세지면서 정부와 채권단, 한진그룹 등 관련 이해당사자들이 물류대란 해소에 필요한 자금 마련의 책임을 서로에게 떠넘기며 핑퐁 게임을 하고 있다. 각자 내세우는 명분 뒤로 숨어 공방을 이어가면서, 물류 차질로 인한 피해는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5일 해양수산부와 한진해운 등에 따르면 이날 현재 32만5,000TEU(1TEU는 20피트 길이 컨테이너 한 개) 규모의 컨테이너를 실은 한진해운 선박 73척이 입항 거부 등으로 공해 상에 떠돌고 있다. 한진해운 측이 화물 운송비를 전부 또는 일부 지급 받고 실어주기로 한 물량이 하역되지 못하면서 운송 지연에 따른 화주의 손해배상 청구 등 관련 손실이 눈덩이처럼 불어날 수 있는 상황이다. 더구나 공해상에서 기약 없이 머물러야 하는 선원들의 인권 침해 문제도 심각하다.

정부는 각국 법원의 압류금지명령(스테이오더)이 발효될 수 있도록 각종 채널을 동원하고 거점항만을 지정하는 등 나름의 대책을 내놓고 있지만 당장 하역을 위한 자금 마련이 급선무다. 하역료와 항만이용료, 유류비 등을 위해서는 최소 700억원에서 많게는 2,000억원 가량이 필요하지만, 정부와 채권단, 한진그룹 등 이해관계자들이 서로 책임을 떠넘기면서 자금 마련은 차일피일 미뤄지고 있다.

우선 정부는 예산을 활용한 직접 지원이나 보증에 나설 수 없다는 뜻을 분명히 하고 있다. 최상목 기획재정부 1차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정부 지원 가능성에 대해 “전혀 검토하지 않는다”고 선을 긋고 “하역에 필요한 자금은 원칙적으로 선주와 화주 간의 민사상 문제로 정부가 지급 보증하거나 재정적으로 지원할 법적 근거가 없다”고 말했다.

현재 한진해운의 경영과 관련한 최고 결정권자인 법원은 채권단이 신규자금 지원에 나서야 한다는 입장이다. 서울중앙지법 파산부 관계자는 “현재 한진해운의 자체 보유자금은 턱없이 부족하고, 어디선가 돈을 받아서 해결해야 하는데 돈이 나올 곳은 사실상 산업은행 등 채권단 밖에 없다”고 말했다. 단 그는 “채권단이 무조건 희생하라는 의미는 아니다”며 “긴급 자금을 빌려주면 물류대란을 타개하고 난 뒤 수입이 들어오는 즉시 최우선 변제를 해줄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미 ‘밑 빠진 독에 물을 붓지 않겠다’며 한진해운을 법정관리로 보낸 채권단은 추가 자금 지원이 몹시 부정적이다. 채권단 관계자는 “한진해운 청산 시 채권자들이 채권 비율대로 돌려 받아야 할 자산이 극히 제한된 상황“이라며 “한진해운이 700억~2,000억원을 채권단에 우선 변제할 경우 돌려 받을 자산의 규모가 줄어들어 어차피 피해는 채권단에 돌아올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금융당국은 이 사태를 초래한 한진해운 대주주가 책임을 져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안전하게 화물을 운송할 책임은 당연히 한진해운에 있고 여전히 한진해운은 한진그룹의 계열사”라며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도 회사와 해운산업 재활을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노력을 경주해 나가겠다고 밝힌 바 있다”고 조 회장의 결단을 촉구했다.

결국 한진그룹이 이날 오후 신규자금을 일부 지원하는 방안을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에 제안하고 협상 테이블에 앉았지만, 양측의 의견이 팽팽히 맞서면서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한진그룹측은 채권단도 자금 지원에 동참할 것을 요청했지만, 산은은 일시적인 대출 외에 직접적인 자금 지원은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고수한 것으로 전해졌다. 양측은 6일 다시 협의를 할 예정지만, 결론을 도출할 수 있을지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한진그룹 관계자는 “아직까지는 아무 것도 결정된 것이 없다“며 극도로 말을 아꼈다.

핑퐁 게임이 지속되면서 전문가들은 자칫 호미로 막을 일을 가래로 막아야 하는 상황이 올 수 있다는 우려를 쏟아내고 있다. 김상조 한성대 교수는 “이해관계자들이 접점을 찾을 수 있는 중재 기능이 몹시 아쉽다“고 지적했고, 이동현 평택대 교수도 “정부가 컨트롤타워를 제대로 가동해 적극적인 조율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이성택 기자 highnoon@hankookilbo.com

김진주 기자 pearlkim71@hankookilbo.com

손현성 기자 hshs@hankookilbo.com

김창훈 기자 ch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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