잦은 보안사고에다 범죄 일당에 매수되기까지
올해에만 사고 4건…우선 검색대 통과 ‘멋대로’
최근 김해공항 보안관리팀 직원과 짜고 상습적으로 범죄 자금을 해외로 빼돌린 일당이 경찰에 붙잡혔다. 올해에만 김해공항에서 크고 작은 보안사고가 4건이나 터지면서 공항의 허술한 보안 검색 체계가 도마에 오르고 있다.
지난 1일 경기남부경찰청 사이버수사대는 외국환거래법 위반 및 관세법 위반 혐의로 환전업자 장모(38)씨 등 3명과 한국공항공사 7급 직원 정모(49)씨 등 4명을 구속했다. 또 외화 운반책 류모(49)씨 등 5명을 같은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에 따르면 장씨 등은 지난해 6월 24일부터 지난달 18일까지 필리핀에 서버를 둔 카지노 도박사이트 운영자 등의 의뢰를 받아 최대 2억원(지폐 4~8다발)씩 모두 217차례에 걸쳐 달러, 유로화 등 441억원 상당의 외화를 밀반출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은 자금 배달의 대가로 7억원 가량을 받은 뒤 이 중 2,100만원으로 공항 보안팀 직원 정씨를 매수했다.
한국공항공사 부산지역본부에 따르면 보안팀 직원 정씨는 지난해 6월부터 지난달까지 1년 2개월간 7차례에 걸쳐 이들의 입ㆍ출국 과정을 도왔다. 정씨는 이들 일당이 2억여원 상당의 현금 다발을 복대 등에 넣고 보안검색대를 통과하는 과정을 함께하며 동료 보안팀 직원들의 검색을 느슨하게 했다. 또 정씨는 최소 1차례 이상 일반인은 이용할 수 없는 우선 검색대(공항 직원, 항공사 직원 등이 이용하는 검색대)로 이들을 통과시켰다.
지난 5월 27일에는 경북 김천경찰서의 김모(42)경사가 38구경 실탄 1발을 소지하고 김해공항 보안 검색대를 통과 후 제주공항에서 적발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6월 20일에는 국내선 청사에서 K-2 공포탄 3발이 발견됐지만 공항공사 측이 경찰에 통보하지 않아 논란이 되기도 했으며, 같은 달 30일에는 보안관리팀 폭발물 처리요원들이 뒷돈을 받고 폭발물 탐지장비 등을 허위로 납품한 사실이 드러나 1명이 구속되고 4명이 불구속 기소되기까지 했다.
항공기 탑승 전 이뤄지는 보안검색은 항공기 사고 예방을 위한 가장 중요한 절차다. 현행법에 따르면 항공기 안전운항이나 여객의 생명과 재산 보호를 위해 비행기에 탑승하는 모든 승객은 휴대 물품과 위탁 수하물 검색을 받아야 한다.
보안검색 요원은 X선 검색 장비와 금속탐지 장비, 폭발물 탐지 장비를 이용해 승객들의 소지품 가운데 위험 물품이 있는지를 가리는데, 전문가들은 이 과정에서 장비의 성능보단 보안검색 요원의 능력과 전문성이 정밀성을 가늠하는 잣대라고 설명하고 있다.
정윤식 경운대 항공운항과 교수는 “공항에서 운용하는 장비들은 국제적인 인증을 받기 때문에 성능은 대부분 같다고 보면 된다”며 “결과적으로 모니터를 보고 이상 물체를 분류하고 판독해내는 보안요원의 전문성이 보안검색 수준의 핵심”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국내 공항의 보안검색 인원은 100% 외주인력이며, 10명 중 4명이 2년 미만 미숙련자로 알려졌다. 또 폭증하는 운항편수와 승객수를 감당하지 못하는데다 업무 과중으로 그만두는 인원도 속출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한국공항공사 부산지역본부 관계자는 “복대 등의 경우 신체에 착용을 한 채 검사하기 때문에 X선 검색대를 통과하지 않아 수백 회에 걸친 자금 밀반출을 확인할 수 없었다”며 “보안검색 인력 확충과 전문성을 제고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 공항 보안을 한층 강화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전혜원 기자 iamjh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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