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세균 이정현 추미애 등 캐주얼화 단화 운동화 애용
“권위 벗고 소통 기회 늘려”
정치권에 ‘탈(脫) 정장화’ 바람이 불고 있다. 높은 굽의 정장 구두 대신 걷기 편한 캐주얼화나 운동화를 신고 현장을 누비는 정치인이 늘고 있는 것이다. 형식이나 권위보다 실리와 친근감을 중요하게 여기는 정치권의 최근 기류를 반영하는 양상이다.
탈 정장화를 주도하는 이는 다름아닌 정세균 국회의장,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 등 20대 국회를 진두지휘 하는 정치인들이다. 정 의장은 대표적인 캐주얼화 마니아다. 올해 4ㆍ13 총선 때도 캐주얼화로 지역구 곳곳을 누볐다. 의장실 관계자는 “의장 취임 이후에도 캐주얼화를 신고 대부분의 일정을 소화하고 있다”며 “국민들에게 좀 더 가깝게 다가가기 위해 딱딱한 느낌의 정장화보다는 편한 신발을 즐겨 신는다”고 말했다.
이정현 대표는 아예 정장 구두를 갖고 있지 않다. 대표실 관계자에 따르면, 이 대표는 경기 부천의 한 구두 제조업체에서 만든 검정색 단화만 20켤레 정도 보유한 ‘신발 부자’다. 이 대표는 기자와 통화에서 “내 모토가 ‘걷고 또 걷고’인데, 자전거 탈 때나 걷고 뛰기에 단화만큼 좋은 게 없다”고 말했다.
추미애 대표는 요즘 거의 검정색 건강 신발만 신고 있다. 대표실 관계자는 “경선 전에는 운동화와 지역구 상가에서 구입한 건강 신발을 번갈아 신었지만 선거 운동 이후로 정장을 입어야 하는 공식 일정이 많아서”라고 말했다. 2004년 삼보일배 이후 다리 상태가 나빠져 치료도 계속 받아야 하지만 여성의원으로 첫 지역구 5선을 할 만큼 지역구 관리에 철저해 주변 시선 신경쓰지 않고 편한 신발을 신고 있다.
이들뿐만이 아니다. 야권의 한 여성 재선의원은 “19대 때보다 여성 의원 중에도 단화를 신는 의원들이 훨씬 늘었다”며 “옷차림 등 겉모습에 신경 쓰는 것도 필요하지만 지역구 행사나 일정을 열심히 다니는 것을 더 중요하게 여기기 때문인 것 같다”고 전했다. 구청장 출신의 이학재(3선ㆍ인천 서구갑) 새누리당 의원은 “구청장 때는 정장에 신사화를 신었지만 지금은 청바지에 운동화를 주로 신는다”며 “지역민들도 나를 더 편하게 생각한다”고 전했다. 많은 의원들이 지역구 내에서 신발을 직접 사서 신는 것도 같은 이유다. 손혜원(초선ㆍ서울 마포을) 더민주 의원실 관계자는 “지역구 내 망원시장에서 편한 신발을 사 신으면서 지역 주민들과 소통 기회도 늘릴 수 있어 반응이 좋다”고 전했다.
박상준 기자 buttonpr@hankookilbo.com
서상현 기자 lss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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