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클럽 모임 창립총회서 당부
“지나친 악플 야권 단합 악영향”
야권 대권주자인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지자들에게 ‘악플(악의적인 댓글)’이 아닌 ‘선플(선한 댓글)’ 달기를 당부했다. 표면적 이유는 이른바 ‘문빠’로 불리는 열혈 지지자들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활동이 당 안팎에서 문제를 일으켰기 때문이다. 8ㆍ27 전당대회 과정에서 일부 문빠들이 ‘친문(親文)체제 고착화’를 지적한 몇몇 정치인의 SNS에 무차별 악플을 달아 비판의 도마에 올랐다. 문 전 대표의 비서실장을 지낸 김현미 의원조차 추미애 신임 당대표 선출과 관련해 트위터에 “대선까지 길이 더 복잡하고 험난해졌다. 소탐대실…”이라고 적은 이후 수많은 욕설을 들었다. 생산적 비판에까지 무차별 비난이 가해지자, 당내에선 불만이 폭발하기도 했다. 하지만 일부 문빠들은 최근에도 문 전 대표와 다른 정치적 견해를 밝힌 야권 대선후보들의 SNS에 거칠게 반발하는 글을 계속 올렸다. 한 야권 대선주자는 “비판 수위가 너무 높아, 답글을 달다 지쳐 계정을 아예 차단했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이에 당내 중진들은 문 전 대표에게 “지지자들의 지나친 악플은 야권 단합에 오히려 마이너스(-)가 된다”는 취지로, 해결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친노 좌장인 이해찬 의원까지 나서 조언한 것으로 전해졌다.
고심을 거듭한 문 전 대표는 3일 충남 서산시 운산면 서해안 청소년수련원에서 열린 자신의 팬클럽 ‘문팬’의 창립총회에서 입장을 밝혔다. 그는 “분열의 언어와 배격의 논리로 상처 주는 일은 절대 안 된다”며 지지자들에게 악플 달기를 중단해줄 것을 요청했다. 이어 “전당대회 기간 SNS 상에서 서로에게 가해지는 공격의 언어, 적대적인 논리가 걱정스러웠다”며 “우리 문팬 가족부터 선플 달기 운동을 시작해 분위기를 바꿔나가자”고 제안했다. 한 친문계 인사는 “2012년 대선 이후 악플에 가장 많이 시달린 정치인이 문 전 대표 자신이다 보니 이번에 확실한 메시지를 보낼 필요성을 느낀 것 같다”고 말했다. 이 인사는 ‘문팬’ 창립대회가 충남 서산에서 개최된 것에 대해 “지지자들이 모이기 편한 곳을 정한 것이며, 안희정 충남지사 견제와는 무관하다”고 설명했다.
정재호 기자 next88@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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