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부터 ‘진로포차’ 식당 운영
“못 하이 바 요, 하이 바 요, 못 하이 바 요!”(하나 둘 셋 건배, 둘 셋 건배, 하나 둘 셋 건배!)
지난 1일 베트남 하노이 중심가 쭉바익 거리에서 가장 유명한 술집인 ‘소호 가든’을 찾은 응우웬 티 투 흐엉(30ㆍ여)씨는 함께 온 회사 동료들과 베트남식 건배를 한 뒤 단숨에 술을 들이켰다. 인상을 찌푸린 것도 잠시, 그들은 곧 엄지를 치켜세웠다. 그들이 마신 술은 다름 아닌 소주. 이날 소주를 처음 마셔봤다는 응우엔씨는 “주로 먹던 베트남 보드카보다 훨씬 부드럽고 맛있다”며 “‘꽃보다 남자’ 같은 한국 드라마에서 소주 마시는 장면을 자주 봤는데, 직접 마셔보니 베트남 음식과도 잘 어울려 앞으로 자주 찾게 될 것 같다”고 말했다.
베트남을 포함한 대부분의 해외 현지 식당에서 소주를 즐기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교민을 대상으로 운영하는 한국 식당 등 일부에서만 판매하기 때문에 구경하기도 쉽지 않고, 비싼 가격 때문에 현지인들에겐 ‘그림의 떡’이다. 이런 탓에 소주는 높은 인지도에도 불구하고 세계 주류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지 못했다.
이런 상황에서 하이트진로가 소주 세계화를 위해 동남아 지역 공략에 나섰다. 하이트진로는 베트남을 태국, 필리핀 등 동남아 시장 진출의 교두보로 삼고 올해 베트남 법인을 설립했다. 안정적인 유통망을 확보해 균일하고 합리적인 가격으로 현지 식당에 소주를 공급하겠다는 계획이다. 지금까지는 현지 유통업자가 얼마나 수익을 챙기느냐에 따라 가격이 들쭉날쭉했다. 월급이 50만원 수준인 응우웬씨는 “베트남 보드카보다 두 배 가까이 비싼 가격 때문에 소주를 마셔볼 엄두를 내지 못했다”고 말했다.
하이트진로는 프랜차이즈 식당을 통해 소주의 현지화에 속도를 내겠다는 전략이다. 이날 응우웬씨가 찾은 ‘소호 가든’은 지난달 27일부터 하이트진로와 계약을 맺고 ‘하이트진로 소주클럽’이라는 팝업스토어로 운영되고 있다. 고객 반응을 살피기 위해 임시 운영하는 팝업스토어를 11월까지 운영한 뒤 여기서 쌓은 노하우를 바탕으로 내년엔 한국식 프랜차이즈 식당인 ‘진로포차(가칭)’를 열 계획이다. 일본 술인 사케가 ‘사케=이자카야(일본식 선술집)’라는 공식을 통해 국내 저변 확대에 성공한 것처럼 ‘소주=한식 포차’라는 공식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황정호 하이트진로 해외사업본부장은 “베트남은 꾸준히 성장하는 시장인데다 주 소비층인 젊은 세대가 한류에 열광하고 있어 소주가 진출하는 데 최적의 입지를 갖췄다”고 말했다.
김인규 하이트진로 사장은 “처음 소주를 수출한 나라인 베트남에 늦게나마 법인을 설립하게 돼 감회가 새롭다”며 “창립 100주년이 되는 2024년엔 글로벌 주류 기업으로 도약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노이=글 사진 김경준기자 ultrakj75@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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