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습도박 집유 받으려 한 로비가
현직판사 로비 수사로 번져
뇌물공여 혐의 추가 가능성 고조
김수천(57) 인천지법 부장판사가 거액의 금품을 받은 혐의(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수수)로 2일 구속됨으로써 정운호(51ㆍ구속기소) 전 네이처리퍼블릭 대표에게 뇌물공여 혐의가 추가될 가능성이 커졌다. 상습도박 혐의로 법망에 걸려든 정 전 대표가 집행유예 또는 가석방을 받아내려 전방위 로비를 펼치다 스스로를 옭아맨 꼴이 됐다.
4일 검찰 등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부장 이원석)는 정 전 대표에게 뇌물을 제공한 혐의 적용을 검토 중이다. 근거는 김 부장판사 사건과 검찰 수사관 사건이다. 김 부장판사는 정 전 대표로부터 1억7,000여만원 상당의 금품을 받은 사실을 대체로 인정하고 있다. 앞서 6월 검찰은 정 전 대표가 고소한 사건 처리 청탁과 함께 3차례에 걸쳐 2억5,500만원을 받은 혐의로 7급 검찰 수사관 김모씨를 구속기소했다. 정 전 대표에게 1억원을 수수한 혐의로 수사선상에 올랐지만 건강이 좋지 않아 수사가 미뤄지고 있는 서울고검 박모(54) 검사 혐의까지 입증되면 그 대상은 더 넓어진다.
검찰이 추가기소를 결정하게 되면 정 전 대표는 이미 형집행이 완료된 상습도박 혐의뿐 아니라 140억 횡령ㆍ배임 및 위증에 뇌물공여 혐의까지 받는 것이다. 정 전 대표는 지금까지 검찰이 뇌물 제공과 관련해 물을 때마다 입을 꾹 다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김 부장판사 등이 뇌물을 받은 혐의를 시인함에 따라 추가기소가 불가피해졌다. 형법은 뇌물을 약속, 공여 또는 공여의 의사를 표시한 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2013년 3월부터 2014년 10월까지 마카오와 필리핀 마닐라의 카지노에서 100억원대 원정 도박을 한 혐의로 지난해 10월 구속기소된 정 전 대표는 징역 8월의 항소심 선고(1심은 징역 1년)를 순순히 받아들였다면 이미 자유의 몸이 됐다. 하지만 그는 부장판사 출신 최유정(46ㆍ구속기소) 변호사에게 거액 수임료를 주고 항소심에서 보석 또는 집행유예를 받으려다 실패한 뒤 수임료를 돌려달라고 다투다 ‘정운호 게이트’가 시작됐다. 검사장 출신 홍만표(57ㆍ구속기소) 변호사, 거물 브로커 이민희(56ㆍ구속기소)씨와 친분이 있던 현직 판검사들의 실명이 거론되고, 전관을 통한 로비 정황이 드러나며 횡령 뇌물공여 등에 대한 추가 수사로 이어졌다. 죗값을 치르지 않으려던 정 전 대표는 형량이 수년 이상 늘어날 처지가 됐다. 무리한 구명 로비가 자충수가 된 셈이다.
안아람 기자 onesho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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