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갤노트7 ‘빠른 리콜’ 뒤엔 빠른 소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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갤노트7 ‘빠른 리콜’ 뒤엔 빠른 소통

입력
2016.09.04 1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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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내 게시판 올리자 1500명 추천

고동진 사장 신속하게 수용

최소 1조5,000억원의 천문학적 비용이 들 것으로 보이는 삼성전자의 갤럭시노트7 전량 회수ㆍ교체 결정은 한 엔지니어의 글이 도화선이 된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불과 몇 시간 만에 임원진이 수긍했고 다음날 공식 발표로 이어졌다. 내부망을 통한 솔직하고 신속한 소통이 빛을 발한 순간이다.

4일 삼성전자에 따르면 갤럭시노트7 폭발과 관련, 배터리 무상 교체 전망 소식이 나오던 지난 1일 삼성전자 전 세계 임직원 30여만명이 사용하는 사내 인터넷 익명 게시판에 무선사업부 소속 엔지니어라고 밝힌 한 직원의 글이 올라왔다. 게시물은 “전량 리콜 후 신제품으로 교환해주세요. 내 PS 안 받아도 되니까 제발 그렇게 해주세요. 부끄럽습니다”라는 내용이었다. PS(Profit Sharing)는 삼성의 성과 인센티브로, 연봉의 최대 50%까지 지급된다. 이 직원은 상당 수준의 연봉 삭감까지 무릎 쓰고 전량 교환을 건의한 것이다.

삼성전자 무선사업부장인 고동진 사장은 이에 “사업부장으로서 문제를 유발하게 한 점 부끄럽게 생각한다. 여러분들이 납득할 수 있도록 조치하겠다. 이번 기회를 통해 품질에 대한 경각심을 극대화하고 고객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는 무선사업부로 거듭나겠다”는 댓글을 남겼다.

이어 고 사장의 글을 추천한 사람은 1,500여명에 달했고, “회사의 미래를 위한 확실한 보상을 해야 한다”는 댓글이 이어졌다. 다른 부서 직원은 “무선사업부 직원들의 자부심과 프로의식을 느꼈다. 희망을 가졌다”고 게시판에 적기도 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문제가 발생한 지난달 24일부터 돈이 얼마가 들든지 원인을 철저하게 규명해 해결하자는 게 임원들의 생각이었는데 엔지니어의 글과 직원들의 반응을 보면서 전량 회수가 정답이라는 확신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전량 회수라는 파격적인 의사 결정이 신속하게 이뤄진 것에 대해 삼성전자 관계자는 “평소 사내 인터넷망 익명 게시판을 통해 토론이 활성화한 것과 고 사장의 열린 태도가 결정적 역할을 했다”고 분석했다. 삼성전자는 2009년부터 익명 게시판을 운영하고 있으며 2014년 3월에는 제품이나 경영에 관한 아이디어를 제시해 집단 토론을 하는 ‘모자이크’ 시스템을 열었다. 모자이크는 운영에 들어간 지 1년 만에 크고 작은 제안들이 15만건 이상 등록될 정도로 임직원들의 호응을 얻고 있다. 고 사장은 “벤처기업과 같은 수평적 구조로 조직문화를 바꿔갈 것”이라며 직원들과 소통을 강조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 3월 스타트업 삼성 컬처혁신 선포식도 가진 바 있다.

한편 2일 전량 회수 발표 직후 삼성전자 사내 인터넷 게시판에는 “입사 이후 가장 멋진 삼성의 모습을 봤다” “입사 이후 경영진의 결정에 눈물이 난 건 처음이다” 등의 글이 잇따라 올라오고 있다. 허정헌 기자 xscop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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