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청소년 야구 대표팀이 3위로 아시아선수권대회를 마쳤다.
이성열(유신고) 감독이 이끄는 대표팀은 4일 대만 타이중의 인터컨티넨탈 구장에서 열린 제21회 18세 이하 아시아청소년야구선수권대회 3-4위전에서 중국을 14-0, 7회 콜드게임승으로 꺾고 유종의 미를 거뒀다. 앞선 결선 라운드 대만, 일본전에 잇달아 패해 2회 연속 우승은 실패했지만 석연찮은 판정으로 쌓인 설움과 아쉬움을 이날 대량 득점으로 분풀이했다. 3위로 대회를 마감한 대표팀은 5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한다.
오심만 없었더라면…
예선에서 약체 팀(필리핀ㆍ태국ㆍ중국)만 상대한 대표팀은 대만전에 모든 초점을 맞췄다. 대만을 꺾으면 잔여 1경기(3일 일본전) 결과와 상관 없이 결승에 올라 4일 일본과 다시 맞붙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대표팀의 계산은 어처구니 없는 오심 하나에 어긋났다. 2일 대만과 결선 라운드 1차전 연장 10회초 승부치기에서 실점 없이 끝낼 수 있었던 이닝을 1루심을 맡은 태국 심판의 오심 탓에 대량 실점했다. 2사 만루에서 상대 4번 타자 천후의 평범한 내야 땅볼이 내야 안타로 둔갑했다. 판정 하나에 민감할 수밖에 없었던 고교생 선수들은 급격히 흔들렸고, 결국 6-12로 졌다. 이날 패배로 결승 진출 희망은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다. 이튿날 일본을 5점차 이상으로 이긴다면 팀간 성적지표에서 앞서 결승에 오를 수 있었다. 그러나 두터운 선수층을 자랑하는 일본을 상대로 대량 득점은 버거웠다. 3회말 공격에서 선제점을 냈지만 4회초 수비에서 2사 후 유격수 김혜성(동산고)의 실책을 빌미로 3점을 허용했다. 2점차는 상대 마운드의 높이와 오락가락하는 주심의 스트라이크 콜 판정을 감안할 때 뒤집기 어려웠다. 그렇게 대회 2연패는 무산돼 3-4위전으로 밀려났다.
2학년의 폭풍 성장, 내년 세계대회 희망
아쉽게 3위라는 성적으로 대회를 마쳤지만 희망은 분명 있었다. 이번 대표팀 18명 엔트리 중 2학년은 무려 5명이 포함됐다. 대한야구협회 관계자는 “2학년을 5명이나 선발한 것은 이례적”이라고 했다. 5명은 김민(유신고), 하준영(성남고), 양창섭(덕수고ㆍ이상 투수), 강백호(서울고ㆍ내야수), 김형준(세광고ㆍ포수)이다. 윤성빈(부산고)의 어깨 통증에 따른 대체 선수로 선발된 우완 김민은 3일 일본전에 5이닝 3피안타 3실점(비자책)으로 깜짝 호투를 펼쳤다. 수비 실수만 없었다면 무실점 투구를 할 수 있었다. 김민에 이어 두 번째 투수로 마운드에 오른 왼손 하준영도 4이닝 3피안타 무실점으로 잘 막았다. 우완 양창섭도 중국과 3-4위전에 선발 등판해 3이닝 무실점 역투로 기대감을 키웠다. 유정민(서울고 감독) 대표팀 투수코치는 “2학년 투수들이 내년 캐나다에서 열리는 세계청소년대회에 대한 희망을 밝혔다”며 “벌써 기대가 된다”고 말했다. 이밖에 ‘야구 천재’로 불리는 강백호는 이번 대회에서 2개의 대포를 쏘아 올리는 막강한 파워를 자랑했다. 포수 김형준은 안정감이 다소 떨어졌지만 이번 대회 경험을 성장 계기로 삼았다.
타이중(대만)=김지섭기자 oni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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