힐러리 클린턴 미국 민주당 대선 후보가 이메일 스캔들에 대한 미 연방수사국(FBI) 대면조사에서 불리한 질문이 나올 때마다 39차례나 “기억나지 않는다”라며 답변을 회피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메일에 ‘기밀’(Confidential)을 뜻하기 위해 붙인 ‘C’가 무슨 의미인지 몰랐다고 답하는가 하면, 이메일을 주고받기 위해 총 13개의 단말기를 사용하고 일부는 분실까지 한 것으로 드러났다.
FBI가 지난 2일 공개한 관련 수사보고서는 클린턴과 그 참모들이 국가 기밀이 담긴 이메일을 얼마나 부주의하게 다뤘는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클린턴은 7월 2일 3시간30분 동안 진행된 FBI조사에서 “비분류시스템(개인 서버)을 통해 이메일을 받은 것에 대해 기억나지 않는다”고 밝혔다. 또 무엇이 기밀 정보인지, 그리고 어떻게 다뤄야 하는지에 대해 거의 전적으로 보좌진에게 의존했다며 책임을 회피했다.
연방정부 기록을 유지하고 기밀 정보를 다루는 것과 관련해 국무부로부터 받은 브리핑이나 교육에 대해서도 기억나지 않는다고 답변했다. 게다가 “2012년 말 뇌진탕 이후 받은 모든 보고 내용이 기억나지 않는다”고 말해, 공화당 도널드 트럼프 후보측이 주장하는 건강 이상설과 맞물려 논란이 될 것으로 보인다.
클린턴은 특히 국무부 일부 서류에 ‘C’라는 표식이 적혀 있는 것과 관련해서도 “무엇을 의미하는지 몰랐고, 아마 알파벳 순서에 따른 단락 부호가 아닌가 싶었다”고 진술했다. 클린턴은 또 블랙베리 등 휴대폰 2대와 11개의 모바일 기기를 이용해 개인 이메일을 주고받았는데, 때때로 일부 기기를 분실하기도 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보고서가 공개되자마자, 도널드 트럼프 캠프는 클린턴의 무모함과 부정직함이 더 확실히 드러났다고 맹공을 퍼붓고 있다. 트럼프는 클린턴이 모르쇠 진술로 일관한 것에 대해, “거짓말이거나 총명하지 않거나 둘 중의 하나”라고 공격했다. 캠프 대변인 제이슨 밀러는 “클린턴의 비밀 이메일 서버는 정부 투명성 관련법에 정면으로 배치되며, 국가안보와 민감한 외교적 노력을 위험에 빠뜨린 것”이라고 비판했다.
워싱턴=조철환특파원 chch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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