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군 간부 명예도민 추천했다가
주민 반발 우려 되자 자진 철회
“해군기지로 10년 넘게 고통 받은
주민들 생각은 안 하나” 비판
제주도가 제주민군복합형관광미항(제주해군기지)을 둘러싼 갈등이 지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제주해군기지에 근무했던 고위 간부를 명예도민으로 추천했다가 논란이 예상되자 뒤늦게 자진 철회해 비난을 사고 있다. 도는 “지역 근무를 마치고 떠나는 주요 기관장 등을 명예도민으로 위촉하던 관례를 따른 것이었지만 미숙한 점도 있었다”고 고개를 숙였지만 “아무 생각 없는 제주도”라는 비판이 잦아들지 않고 있다.
4일 도 등에 따르면 도는 지난달 19일 타 지역 출신 인사 15명을 명예제주도민으로 지정하는 동의안을 제주도의회에 제출했다. 도는 제주지역 사회에 공적이나 공헌이 있는 기관장이나 정치인 등을 명예제주도민으로 위촉하고 있다.
그러나 도는 명예제주도민 지정 동의안에 대한 도의회 심의를 앞둔 지난달 31일 내부 검토 과정에서 지난해 12월 제주해군기지로 부대를 이전했던 해군 제7기동전단장을 역임한 N준장이 명예도민증 수여 대상자 명단에 포함된 데 대해 부적절하다는 의견이 제기되자 뒤늦게 명단에서 제외했다. 하지만 이 같은 사실이 외부에 알려지면서 N준장에 대한 명예도민 추천 논란은 일파만파로 커졌다.
N준장이 제주에 근무한 기간에 해군이 제주해군기지 건설 지연에 따른 책임을 물어 강정마을 주민 등을 상대로 35억원대 구상권 청구소송을 제기한 데다, 소송 제기 이후 현재까지도 해군이 지역 사회의 구상권 철회 요구를 묵살하고 있는 탓이었다. 게다가 8ㆍ15광복절 특별사면 대상자에서 강정마을 주민들이 제외되면서 지역민들의 실망감이 컸던 터라 N준장에 대한 명예도민 지정에 대한 반감도 컸다. 특히 도가 N준장을 명예도민으로 추천하면서 작성한 용비어천가식 칭송에 가까운 공적조서는 비난 여론에 불을 질렀다.
실제 도는 공적조서에서 “N준장이 2015년 12월 부산에서 제주도로 부대가 이전한 후 강정마을 주민들과의 소통을 확대하고, 민군복합항 건설 및 준공의 당위성을 적극 홍보했다”고 적었다. 또 “N준장이 명품 관광미항의 성공적인 준공과 다양한 이벤트 개최 등을 통해 제주도의 브랜드 가치를 더욱 높였고, 하와이ㆍ나폴리 등 세계적 관광명소와 견주어도 부족함 없는 친환경 민군 공동기지 조성을 통해 제주도의 명성을 전 세계에 널리 홍보하는데 기여했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이 때문에 지역민들 사이에서 “납득할 수 없다”는 반응이 쏟아지는 등 반발이 확산되자, 도는 뒤늦게 부적절한 행정행위이었다고 시인했다.
도 관계자는 “제주지역에 근무했다가 떠나는 주요 기관장에 대해서는 관례적으로 제주를 더 아껴달라는 취지에서 명예도민으로 추천해 왔다”며 “이번에도 과거 관례 대로 일을 진행했지만 지역 상황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는 등 미숙한 점이 있었다. 강정주민들과 도민들에게 죄송하다”고 해명했다.
도가 이처럼 과거 관례를 운운하며 수습에 나섰지만 제주도의 무신경한 행정에 대한 비난의 목소리는 갈수록 커지고 있다. 강정마을회는 “제주해군기지 갈등으로 인해 강정마을은 여전히 고통 받고 있음에도 해군은 준공 이후 구상권을 청구해 또 다시 강정마을을 고통 속에 밀어 넣었다”며 “이 같은 상황에서 해군 지휘관을 명예도민으로 추천한 문서가 도의회에 제출됐다는 사실만으로도 충격이 아닐 수 없다. 결국 앞에서는 갈등해소를 말하며 뒤로는 갈등을 조장하는 제주도가 됐다”고 강력 반발했다.
제주지역 시민사회단체 관계자는 “강정마을주민들이 해군기지 갈등으로 10년 넘게 고통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 해군기지 지휘관을 명예도민으로 위촉하겠다고 생각했다는 자체만으로도 심각한 문제”라며 “도지사가 구상권 철회를 요청해 놓고, 이를 거부한 해군 관계자를 명예도민으로 추천한다는 게 제 정신이냐”고 질타했다.
김영헌 기자 taml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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