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 사람이 이용하는 모바일 단체 채팅방에서 상대방을 공개적으로 험담하면 모욕죄로 처벌할 수 있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2부(주심 김창석 대법관)는 카카오톡 단체 채팅방에서 특정인을 험담한 혐의(모욕)로 기소된 정모(57)씨의 상고심에서 벌금 10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4일 밝혔다.
정씨는 2014년 8월 카카오톡 단체방에서 스터디 모임 회장 송모(58ㆍ여)씨에게 공금 회계문제를 언급하며 해명과 원상회복을 요구했다. 이 채팅방은 대학교 같은 과 학생 20여명이 참여하는 스터디 모임이었다. 이에 송씨가 정씨 사무실로 찾아갈 듯이 응대하자, 정씨는 “무식이 하늘을 찌르네, 눈 장식품이야? 무식해도 이렇게 무식한 사람은 내생에 처음 같네요, 거의 국보감인 듯”이라는 글을 채팅방에 남겼다. 이를 본 송씨는 정씨를 모욕 혐의로 고소했다.
1ㆍ2심은 “채팅방에 올린 글의 내용과 문맥, 표현의 의미와 용법 등에 비춰보면 정씨의 표현은 송씨를 비하해 사회적 평가를 떨어뜨릴 만한 경멸적 감정을 표현한 것”이라고 판단했다. 법원은 또 “집단 채팅방에서 모욕적인 언사를 해서 다른 대화자들에게도 내용이 전파됐으므로 공연성이 인정된다. 다소 흥분한 상태였다고 하더라도 정씨에게 송씨의 명예를 저하시킬 수 있다는 인식이 있었다고 보인다”며 벌금 100만원을 선고했다. 대법원도 정씨의 상고를 기각하고 원심과 같은 취지로 판단했다.
박지연 기자 jyp@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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