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영업자와 기업이 저축은행 등 2금융권에서 빌린 돈이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금리가 비싼 2금융권에 자영업자 등이 대거 몰린 것이어서 부채의 질이 악화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4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6월 말 현재 비은행예금취급기관의 산업대출금 잔액은 170조3,410억원으로 작년 말과 비교하면 6.3%(10조797억원) 급증했다. 올해 상반기 증가액은 작년 동기(2조8천331억원)의 3.6배 수준으로 확대됐다. 또 한은이 통계를 내기 시작한 2008년 이후 매년 반기 기준으로 사상 최대 규모다. 종전에는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하반기 8조290억원이 최대 증가 폭이었다.
올해 상반기 증가액에는 특수은행인 한국수출입은행의 대출금이 약 1조5,000억원 포함됐고 나머지는 저축은행, 신용협동조합, 새마을금고, 상호금융 등 이른바 2금융권 대출금이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기업 구조조정 과정에서 은행들이 리스크(위험) 관리를 강화한 영향으로 2금융권 산업대출이 많이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은행들이 부실 채권에 대한 우려로 대출심사를 강화하면서 대출수요가 2금융권으로 이동한 것이다. 또 2금융권은 저금리 장기화로 풍부해진 유동성을 바탕으로 수익을 내려고 대출 확대에 적극적으로 나섰다.
문제는 이런 현상이 민간부채의 취약고리로 꼽히는 자영업자 대출의 급증세로 이어졌다는 점이다. 한은 통계를 보면 지난 7월 말 현재 은행의 중소기업 대출 가운데 자영업자 대출 잔액은 251조6,000억원으로 1년 동안 25조2,000억원 늘었다. 그러나 비은행금융기관의 경우 전산시스템 미비 등의 이유로 자영업자 대출 통계가 따로 집계되지 않고 있다. 다만, 비은행예금취급기관의 산업대출금 중 상당한 부분은 자영업자가 사업과 생계 등을 위해 빌린 돈으로 보인다.
대출의 서비스업 쏠림현상은 이런 추정을 뒷받침한다. 비은행예금취급기관의 산업대출 잔액에서 서비스업 대출이 69.8%(118조8,000억원)로 대부분을 차지하고 제조업은 14.2%(24조1,000억원), 건설업은 4.6%(7조9,000억원)에 그쳤다.
서비스업은 자영업자가 많이 선택하는 부동산업, 임대업, 숙박업, 음식점업, 도·소매업 등으로 구성된다. 올해 상반기 비은행예금취급기관의 산업대출 증가액에서 서비스업은 8조원으로 80%에 가까운 수준이다. 이에 따라 이자 부담이 큰 2금융권의 산업대출 증가는 자영업자 부채의 질이 나빠진 것으로 볼 수 있다.
한은 통계를 보면 지난 7월 예금은행의 대출 가중평균금리(신규취급액 기준)는 연 3.23%다. 반면 저축은행(11.20%), 신용협동조합(4.57%), 상호금융(3.81%), 새마을금고(3.89%) 등 2금융권의 일반대출 금리는 은행보다 훨씬 높다.
지난 8월 한은 금융통화위원회 회의에서도 한 금통위원은 “개인사업자 대출은 가계부채와 유사한 성격을 지니고 가계대출을 동시에 보유한 자영업자의 경우 부실화될 위험이 크다”며 자영업자 대출을 가계부채에 포함해 관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변태섭 기자 liberta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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