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 차례 넘어졌고 앞서 낸 4장의 앨범이 외면 당하기도 했다. 원곡 가수가 아닌 다른 사람의 입에서 흘러나온 뒤에야 대중에게 알려졌고 무려 18년 전 노래가 다시 길거리에 울려 퍼지기도 했다. 각자 사연은 다르나 모두 음원차트 ‘역주행’이란 신화를 이뤘다는 공통점이 있다.
매일 쏟아져 나오는 신곡들과 내기만 하면 ‘차트 올킬’을 기록하는 뮤지션들을 누르고 당당히 음원차트 1위를 석권해 행복한 비명을 질렀던 기적의 주인공들을 꼽아봤다.
▦ 여자친구
한 소녀가 수 차례 넘어지면서도 씩씩하게 일어나 공연을 마쳤다. 덕분에 이 소녀가 속한 걸그룹은 발표하는 곡마다 음원차트 상위권에서 내려올 생각을 하지 않는 뮤지션으로 자리 잡았다. 불과 1년 만의 성과다. 지난해 9월 걸그룹 여자친구는 강원 인제에서 열린 한 라디오 공개방송에서 ‘오늘부터 우리는’을 불렀다. 비가 내려 무대 바닥이 미끄러웠던 탓에 여자친구 멤버 유주는 무려 다섯 번이나 넘어졌고 다른 멤버들도 중심을 잡지 못하고 넘어졌지만 끝까지 노래를 공연을 마무리했다. 이 모습이 담긴 일명 ‘꽈당 직캠’(팬이 찍은 영상)이 온라인 상에 퍼지더니 이후 각종 음원차트 10위권 내에서 뒤쳐질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지난 7월 첫 정규앨범에 수록된 ‘너 그리고 나’(NAVILLERA)까지 성공을 거두며 여자친구는 최고의 걸그룹으로 자리매김했다.
▦ EXID
그야말로 ‘직캠’ 하나로 가요계를 들었다 놨다 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걸그룹 EXID 이야기다. 2014년 8월 발표한 ‘위아래’가 발매 3개월 만에 빛을 보며 음원차트 1위를 석권하기까지 한 팬이 행사무대에서 ‘위아래’ 공연을 찍은 직캠의 존재를 빼놓을 수가 없다.
2012년 데뷔한 EXID는 ‘위아래’ 이전에 이미 4장의 앨범을 발매한 그룹이지만 대중에게 별다른 인상을 남기지 못했다. 올해 초 MBC 예능프로그램 ‘라디오스타’에 출연한 멤버 하니는 “처음에는 소속사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으면서 데뷔했지만 (잇따른 실패로) 작은 숙소로 이사를 가기도 했다”고 밝히며 고생담을 털어놓기도 했다. ‘위아래’라는 한 곡으로 그야말로 전성기를 맞은 EXID는 “나락으로 떨어질 뻔 했을 때 기회를 잡게 된 곡”이라며 ‘위아래’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 포스트맨
‘역주행’ 신화에서 ‘신촌을 못 가’를 빼놓을 수가 없다. 2013년 포스트맨이 발표한 ‘신촌을 못 가’는 당시에는 별다른 주목을 받지 못한 곡이다. 2014년 방송된 Mnet 오디션 프로그램 ‘슈퍼스타K6’에 참가한 임형우가 예선과 준결승에서 이 노래를 부른 뒤에야 시청자의 귀를 사로 잡았다. 방송 이후 각종 포털사이트 실시간 검색어 순위에 올랐고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화제를 모았다. 당시 임형우의 준결승에 포스트맨의 신지후가 직접 무대에 등장해 함께 ‘신촌을 못 가’를 부르며 환상의 콜라보를 선보여 박수를 받았다.
▦ 젝스키스
무려 18년 만의 역주행이었다. 지난 4월 방송가의 최대 화제였던 MBC 예능프로그램 ‘무한도전 토토가2-젝스키스편’이 남긴 기록이다. 젝스키스가 1998년 발표한 대표곡 ‘커플’은 방송 이후 각종 실시간 음원차트에서 10위권 내에 진입하며 저력을 보여줬다. 누구나 쉽게 흥얼거릴 수 있는 친숙한 멜로디의 곡으로 18년 당시에도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지만 18년이 지난 뒤 이 곡을 다시 음원차트 상위권에서 발견할 거라 예견한 팬들은 많지 않았다. 당시 ‘토토가2-젝스키스’ 마지막 편 ‘젝스키스 게릴라콘서트’에서 앵콜 곡으로 선정된 곡이었다. 2000년 젝스키스 해체 뒤 처음으로 팬들 앞에 선 고지용이 유일하게 안무를 기억하며 팬들의 추억을 재소환하기도 했다.
▦ 한동근
‘리틀 임재범’의 화려한 역주행은 현재진행중이다. 2014년 9월 발표했으니 무려 2년 전 곡인 ‘이 소설의 끝을 다시 써보려 해’란 곡으로 가수 한동근은 최근 가장 행복한 나날을 보내는 중이다. 2013년 MBC 오디션 프로그램 ‘위대한 탄생3’에서 우승했지만 별다른 활약이 없었던 그다. 그러다 지난달 출연한 MBC 음악프로그램 ‘듀엣가요제’에 우승하며 한동근은 대중의 관심을 한몸에 받기 시작했다. ‘이 소설의 끝을 다시 써보려 해’는 현재 각종 음원차트 1위를 달리며 엑소, 블랙핑크, 어반자카파 등 굵직굵직한 음원 강자들의 기를 펴지 못하게 하는 중이다.
조아름기자 archo1206@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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