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전 304명의 무고한 희생을 낳은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은 아직 진행형이다. 4ㆍ16세월호참사특별조사위원회(특조위)는 1,2일 서울 마포구 연세대 김대중도서관에서 3차 청문회를 가졌다. 정부가 인정하는 공식 활동기간을 지나 강행된 3차 청문회는 그러나 전모가 밝혀졌다고 할 수 있는 마무리 국면과는 거리가 멀었고, 언론의 치열한 보도경쟁도 없었다. 청문회를 지켜본 기자들이 각자 주목한 점에도 차이가 있었다. 세월호 참사와 특조위가 처한 안타까운 맥락을 두 기자의 시선을 통해 알 수 있다.
MBC의 세월호 청문회 불참은 역사적 책임 회피다
MBC의 입에서 ‘언론통제’란 말이 나올 줄은 몰랐다.
1일 특조위 제3차 청문회에 증인으로 채택된 안광한 MBC 사장, 박상후 전국부장, 김장겸 보도국장(참사 당시 직책)은 올해 초부터 “(증인 출석이) 언론사 보도의 자유의 위축을 가져오고 국가기관의 언론 통제로 오해 받을 여지가 있다”는 입장을 내세우며 특조위의 출석 요구를 끈질기게 거부했다. 이들은 예상대로 전원 불참했다.
이날 청문회 현장에 있던 사람 중 MBC가 특조위에 보낸 공문에 등장한 ‘언론통제’란 표현에 실소를 금치 못 한 사람은 기자뿐이 아닐 것이다. 2014년 세월호 참사 당시 MBC의 보도행태를 기억한다면 말이다.
참사 당일인 4월 16일 안산 단원고 학생들의 사망보험금을 계산해 보도한 것만으로도 MBC는 재난보도를 할 자격을 잃었다. ‘전원구조가 아닐 수 있다’는 목포 MBC 현장기자의 의견을 묵살하고 내보낸 ‘학생 전원 구조’ 오보는 언론사에 지워지지 않을 뼈아픈 오점이다.
당시 보도책임자들이 청문회에 나와 보도 경위와 재발 방지 대책을 국민에게 소상히 설명하고 머리를 숙여도 모자랄 상황이다. 이날 참고인 신분으로 출석한 최진봉 성공회대 신문방송학과 교수가 “증인으로 나와 잘못된 문제에 대해 설명하라는 걸 통제와 탄압이라고 주장하는 건 MBC의 책임 회피라고밖에 할 수 없다”고 비판하자 유가족 등이 앉아있던 방청석에서 박수가 터져나왔다.
MBC 측 증인들의 청문회 불참을 단순한 문제로 넘길 수 없는 이유는 또 있다. 1일 증인으로 청문회에 출석한 김시곤 전 KBS 보도국장은 참사 당시 “박근혜 대통령 관련 보도는 (뉴스 시작) 20분 안에 나가야 한다”는 길환영 당시 KBS 사장의 청와대 보도 개입 사실을 추가 폭로했다. 문자메시지까지 공개한 김 전 국장의 증언은 개인의 양심고백을 넘어 참사 국면에서 어떻게 정부가 언론을 이용해 국민을 기만했는지를 여실히 드러내는 ‘언론통제의 역사’ 그 자체다.
MBC는 ‘청문회가 법적 효력이 없다’는 정부 측 입장만 앞세운 보도(8월 23일 MBC 뉴스데스크 ‘“3차 청문회 하겠다” 특조위 조사기간 논란’)로 청문회의 존재 자체를 부정했다. MBC는 전례 없는 대형참사 한 가운데 서 있던 언론으로서 역사적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
이날 지상파 방송 3사와 종합편성채널 4사를 통틀어 청문회 소식을 메인뉴스에 보도한 곳은 JTBC가 유일했다. 인터넷 언론과 함께 방송사로는 tbs가 유일하게 생중계 책임을 졌다. 이 정도면 청문회에 대한 언론의 외면은 도를 넘는다고밖에 볼 수 없다.
선을 넘은 과잉 취재로 유가족들의 가슴을 찢고 확인보다 속보를 앞세워 사회적 갈등을 키웠던 ‘보도참사’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언제까지 세월호냐’는 잔인한 선동에 휩쓸려 세월호에 대한 언론의 부정과 외면이 계속되는 한 끝날 수가 없다.
조아름 기자 archo1206@hankookilbo.com
특조위, 오직 진실만이 국민의 지지를 불러온다
“우리에 우호적인 증인 위주로 불러야겠죠. 그렇지 않으면 유가족 보고 형식으로 진행하고요.”
지난 7월 특조위가 3차 청문회를 준비한다는 사실을 취재하고 ‘청문회가 과연 성사되겠느냐’고 물었을 때 한 관계자가 한 말이었다. 이미 3차 청문회가 청문(聽聞) 기능을 하지 못하리란 걸 특조위도 예측하고 있었다.
3차 청문회는 이런 한계가 고스란히 드러난 자리였다. 41명의 증인 중 8명만이 출석에 응했고, 정부 관계자는 단 한 명도 출석하지 않았다.
이틀간 청문회에서 새로운 의혹이 제기되긴 했다. 2일 특조위는 해경으로부터 확보한 주파수공용통신(TRS) 녹취록에서 교신한 내용을 분석한 결과 선체 수색을 위해 정부가 투입했던 무인잠수정(ROV)이 실제로는 선체 진입에 실패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에어포켓을 만들기 위해 해경이 세월호 3층 식당칸에 공기를 주입했다고 알려진 내용도 사실과 달랐다. 1일 세월호 선내의 폐쇄회로(CC)TV 영상자료가 의도적으로 편집ㆍ삭제된 의혹도 나왔다. 하지만 참고인으로 나온 전문가는 “영상이 삭제됐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지만 특이한 위ㆍ변조 가능성은 발견하지 못했다”고 말해 혼란만 가중됐다.
특조위가 고작 이정도 의혹제기에 그칠 거냐고 비판한다면 가혹한 일일 것이다. 애초에 특조위를 정쟁의 대상으로 삼아 제대로 조사할 권한과 여건을 제공하지 않은 정치권과 정부의 책임이 1차적이기 때문이다. 특조위를 ‘세금도둑’으로 몰아붙인 여당, 대통령 조사를 막기 위해 위원 지침서를 만든 정부, 중도 사퇴하며 안에서부터 특조위를 흔든 여당 추천 위원들 모두 참사에는 관심조차 없는 듯했다.
이 모든 비상식적 상황에도 불구하고 특조위에 아쉬운 점이 없지 않다. 1일 청문회는 세월호 참사 직후 청해진해운의 사실상 소유주인 유병언씨에 대해 가장 많이 보도한 보수 색채의 TV조선과, 유씨 기사가 매우 적었던 진보 색채의 한겨레신문 기자를 불러 각사의 보도지침을 확인했다. 정부의 무능을 지적하는 여론을 돌리고자 검찰이 수사 정보를 대대적으로 흘리고 보수 종합편성채널이 앞장서서 자극적인 보도를 쏟아냈다는 음모를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마치 모범 언론과 불량 언론을 가르는 장면 같았던 이 대목에서 특조위는 스스로 정치적 중립을 허문 것이 아닐까? 익명을 요구한 한 언론정보학과 교수는 “객관적 사실을 근거로 참사의 진상규명을 해야 하는 특조위가 보수ㆍ진보 언론사 중 한쪽 손을 들어주는 듯한 모습은 바람직하지 않아 보인다”며 “특조위가 중립적인 자세를 유지해야 국민적 지지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참사의 원인과 정치적 책임은 여전히 속 시원히 해결되지 않았다. 특조위가 어떤 사실이 누구에게 유리할지, 청문회가 어떻게 주목받을지 고민할 필요는 없다. 오직 진실을 향해 걸어가는 것만이 특조위가 이 모든 난관에도 불구하고 해야 하는, 난관을 뛰어넘기 위해 할 수 있는 일이다.
김현빈 기자 hb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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