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 “상설특위로 역부족”
타 상임위 겸직에 임기 겨우 1년
“감사원 회계검사를 국회로 이관, 재정집행 감시 강화해야”
400조원이 넘는 정부예산에 대한 국회 심의가 ‘깜깜이,‘짬짜미’로 흐르는 것을 막기 위해서는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운영방식을 상설특위에서 상임위로 전환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전문성 제고 차원에서 감사원의 회계검사 기능을 국회로 이관하는 방안도 대안으로 제시된다.
예결위의 상임위 체제로의 전환은 십 수년째 이뤄지지 않고 있는 해묵은 과제다. 상설특위 체제에서는 예결위원이 타 상임위 위원직을 겸해야 하고, 임기도 1년에 불과해 전문성이 부족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때문에 겸직이 불가능한 임기 2년의 상임위 체제로 전환해 전문성을 높이고, 충분한 심의 기간을 보장해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미국ㆍ독일ㆍ프랑스ㆍ일본 등 대부분 주요국가의 경우 예결위를 상임위로 운영해 전문성을 높이도록 하는 한편, 국가 예산의 연속성 있는 심의가 가능하도록 임기도 최장 6년까지 보장하고 있다.
여야도 상임위화 필요성에는 어느 정도 공감하고 있다. 지난 19대 국회에서는 여야가 ‘예산ㆍ재정개혁 특별위원회’를 꾸려 논의한 끝에 예결위 상임위화를 건의하는 결론을 도출하기도 했다. 하지만 20대 국회 개원 협상 테이블에 올랐던 예결위 상임위화는 다음 국회로 미뤄졌다. 의회의 예산 통제권한 강화를 마뜩잖게 생각하는 정부가 난색을 표하자 새누리당이 반대로 돌아섰기 때문이다.
감사원의 회계검사, 성과감사, 직무감찰 기능 가운데 회계검사는 국회로 이관해야 한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감사원과 같은 독립된 회계검사 기관이 정부 결산을 검토해 국회에 보고할 수 있도록 하는 게 3권분립 정신에 부합한다는 것이다. 현재 국회는 정부에 대한 회계검사 권한이 없이 결산심의권만 행사하고 있다. 때문에 재정집행에 대한 감독과 감시, 평가의 효율성이 떨어지는 측면이 있다. 예결특위 위원으로 7번 참여한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도 이 같은 문제 의식을 갖고 있어 제도 개선에 적극적이다. 이 대표는 지난 6월 한국경영인 CEO포럼 회원 초청특강에서 “386조원 예산의 엉성한 국회 심사와 결산 과정을 국민이 다 알면 기절초풍할 것”이라며 예산 및 결산 심의를 위해 감사원을 활용하는 방안을 대안으로 제시한 바 있다.
미국의 경우 우리의 감사원에 해당하는 회계검사원(GAO)을 의회 소속으로 두고, 지출승인위원회와 함께 예산집행 결과를 평가하도록 하고 있다. 일본 등 내각책임제 국가에서는 대체로 행정부나 입법부 소속이 아닌 독립기관인 공공회계위원회에 이 같은 기능을 맡기고 있다. 아예 결산심의 기능을 강화할 수 있도록 국회 내에 결산위원회를 별도로 설치하는 방안도 거론된다. 예산 심의와 결산 심의 기능을 동일 위원회가 수행하는 현 체제하에서는 의원들이 상대적으로 결산 심의에 관심을 덜 쏟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현행 90일(3개월)인 예산 심의 기간을 더 늘려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미국은 실질적인 예산 심사 기간이 8개월여에 이르러 의회의 심도 깊은 예산 심의를 보장하고 있다. 미국에선 대통령이 매년 2월 첫째 월요일까지 예산안을 의회에 제출하면 의회의 심사가 9월까지 이어지고, 10월 새 회계연도가 시작된다.
이동현 기자 nan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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