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경 지연ㆍ중립성 논란 압박
대치 이틀만에 강경 태도 접어
우병우ㆍ사드 발언 관련해선 “국민 목소리 대변코자 한 것”
정세균 국회의장이 2일 국회부의장에게 ‘원 포인트’로 사회권을 넘기며 국회 대치 국면을 일단락시킨 데는 입법부 수장으로 국회 파행의 당사자로 비쳐지는 데 대한 부담감이 작용한 때문으로 보인다. 특히 추석 명절을 코앞에 두고 추가경정예산안 처리 등 민생 현안을 방치했다가 역풍을 맞을 수 있다는 점도 고려됐다.
정 의장은 이날 오전까지만 하더라도 새누리당이 요구한 본회의 사회권 이양 요구에 대해 수용 불가 입장이었다. 전날 20대 정기국회 개회사에 포함된 ‘우병우 사퇴ㆍ사드 문제 공론화’ 발언에 대해 새누리당이 국회의장으로서 부적절한 언행이었다고 사과를 요구하는 상황에서 의장 직무를 넘기는 것 자체가 마치 자신의 소신이 잘못됐다고 시인하는 것처럼 비쳐질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이에 정 의장은 이날 오전 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와의 회동에서 ‘추경안이 제때 처리되지 못한 데 대한 대국민 유감 표명과 정치적 중립성을 위반했다는 새누리당의 지적을 무겁게 받아들인다’는 선에서 중재안을 제시했지만 거부됐다.
이후 정 의장은 오후 내내 국회 밖에서 야권 원로들과 전화통화를 하거나 서청원 새누리당 의원과 따로 회동하는 등 원만한 사태 해결을 위해 의견을 나눈 것으로 알려졌다. 국회의장실 관계자는 “의장은 정기국회 파행을 더는 두고 볼 수 없고, 주말을 넘기지 말고 국회를 정상화 시켜야 한다는 의지가 강했다”고 말했다.
결국 정 의장은 오후 늦게 박주선 국회부의장에게 전화를 걸어 의사봉을 넘기겠다고 입장을 밝혔고, 새누리당 정 원내대표에도 이를 통보하며 국회 대치를 끝냈다.
정 의장은 국회 정상화 뒤 기자간담회를 열어 “결산안, 추경안, 대법관 임명 동의안 등 현안들이 매우 급한데 제때 처리되지 않고 있어서 의장으로서 매우 큰 책임감을 느꼈다”며 “국민 여러분을 생각하면 이런 현안들을 하루도 미룰 수 없기 때문에 제가 결단을 했다”고 밝혔다. 정 의장은 그러면서도 “개회사는 정말 국민의 목소리를 대변코자 하는 저의 진심이지 다른 어떤 사심도 없었다는 것을 다시 한 번 분명히 밝힌다”고 덧붙였다. 정 의장은 이날 밤에 진행된 본회의를 의장 집무실에서 지켜봤다.
정 의장은 새누리당과 이틀간 정면 충돌하면서 야당 출신 국회의장으로서 존재감을 각인시켰다.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는 “중증 대권병에 걸렸다”고 꼬집기도 했다. 하지만 국회의장으로서 정치적 중립성 위반 논란은 부담으로 작용했을 것이란 분석이다. 박관용 전 국회의장은 본지 통화에서 “국회의장을 무소속으로 둔 이유는 특정 정파의 이익을 대변하지 말고 갈등을 조정 통합하라는 것인데 국회 파행의 빌미가 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강윤주 기자 kkang@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