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와 회담 앞두고 정조준
대입 전형엔 마약검사 포함도
6월 말 취임 이후 ‘마약과의 전쟁’을 벌이고 있는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이 대내외의 거센 인권유린 비판에도 아랑곳 않고 거침없는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 두 달 동안 마약범죄 용의자 약 2,000명을 사살한 데 이어 마약 투약자의 대학입학 불허 등 공포정치 수위를 강화하는 한편 대외적 비판에는 “내정간섭 말라”며 맞대응하고 있는 것이다.
2일 현지언론 래플러에 따르면 필리핀 고등교육위원회(CHED)는 최근 하원 예산청문회에서 대학 입학 전형요건에 마약검사를 포함하는 방안을 검토할 계획이라고 보고했다. 예비 대학 신입생에게 마약검사를 실시해 양성판정을 받으면 대학입학 기회를 불허하겠다는 내용이다. 또한 대학 재학생을 대상으로도 무작위로 마약검사를 실시해 양성판정이 나오면 학적을 박탈하는 방안도 포함될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마틴 안다나르 대통령 공보실장은 지난달 28일 “대통령 취임 두 달 동안 1단계 마약 척결 운동이 성공적이었다”며 “이제 마약과의 2단계 전쟁에 들어갈 때로 대통령이 조만간 구체적 계획을 밝힐 것”이라고 밝혔다.
반면 두테르테는 미국과 유엔 등 국제사회의 거센 인권유린 비판에는 귀를 닫고 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이달 6~8일 라오스에 열리는 동남아국가연합(아세안) 관련 정상회의 기간에 두테르테와 양자 정상회담을 갖고 필리핀의 인권침해 우려를 전달할 계획이다. 이 소식을 들은 두테르테는 1일 한 종교행사에서 연설을 통해 “오바마 대통령이 나에게 인권문제를 지적하려고 한다”며 “하지만 미국에서는 흑인들이 엎드려도 총에 맞고 있는 실정”이라고 비꼬았다. 미국 백인경찰의 비무장 흑인 사살 등 자국 내 만연한 흑백 인종차별도 해결하지 못하는 오바마 대통령이 필리핀의 인권문제를 거론할 자격이 있느냐고 지적한 것이다.
두테르테는 아세안 정상회의 기간 동안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의 만남 요청도 거절했다고 AFP통신은 1일(현지시간) 전했다. 반 총장은 두테르테가 취임 초 마약범죄 용의자에 대한 즉결처형을 옹호하자 “불법이고 기본권의 침해”라고 비판했다. 두테르테는 이에 내정간섭이라고 비판하며 유엔 탈퇴를 경고하기도 했다.
김현우기자 777hyunwo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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