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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반쪽 짜리’ 용산공원

입력
2016.09.02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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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악에서 뻗어 나온 창덕궁 뒤 봉우리는 이름이 응봉이다. 개나리가 활짝 피는 중랑천 하류의 야산도 응봉(산)이라 부른다. 북한산 진관사 뒤에도 응봉이 있다. 모두 산이 매를 닮았다거나 매를 풀어 사냥을 했다는 곳이다. 용산이란 지명도 여러 곳이었다. 천주교인을 처형한 절두산은 다른 이름이 잠두봉 또는 용산이다. 망원동 근처 얕은 산 또한 용산이라 불렀다. 그러나 두 용산은 잊혀지고 지금은 남산과 한강 사이 지역만 용산이라 한다. 용산은 평지가 많은 데다 한강 물길이 닿는 교통요지여서 예부터 외국 군대가 자주 진을 쳤다.

▦ 몽골은 고려를 쳐들어오면서 용산을 병참기지로 삼았다. 조선시대 임진왜란 때는 왜군이 용산에 머물렀다. 그들 중 일부는 인근 운종사의 비구니에게 만행을 저질렀고 또 일부는 전쟁 후 조선에 귀화했다. 병자호란 때는 청나라 군대가 진을 치고 한강 건너 남한산성을 공격했다. 임오군란 때는 흥선대원군을 납치한 청나라 군대가 주둔하기도 했다. 일본이 청일전쟁과 러일전쟁에서 승리한 뒤 용산은 일본 차지가 된다. 그 뒤 2차 대전에서 이긴 미국이 일본 대신 머물기 시작해 오늘에 이른다. 외국 군대의 주둔이 지긋지긋하다.

▦ 용산 미군기지 안 둔지산(높이 65m)은 군량 조달을 위한 둔전이 있었다는 작은 산이다. 이곳 흙은 토질이 좋아 벽돌을 만드는 데 사용됐으며 명동성당 벽돌도 여기서 생산했다는 말이 있다. 독립문 근처에서 발원해 한강으로 빠지는 만초천은 용산기지 구간만 원형이 보존돼 있다. 일제 총독관저, 군용감옥 터 등도 남아 있다. 미군이 내년 말 평택으로 이전한다니 잊었던 자연과 역사를 볼 날이 멀지 않았다. 정부는 용산 미군기지에 공원을 조성할 계획이다. 한데 그 계획을 놓고 중앙정부와 서울시는 생각이 다르다.

▦ 공원 조성을 주도하는 국토교통부는 미군기지 터에 2027년까지 생태공원을 만들겠다고 한다. 미래창조과학부 등 7개 중앙부처의 시설 8개를 짓고 헬기장, 호텔 등 미군 시설 일부는 남겨 둘 계획이다. 이에 박원순 서울시장이 정부 부처가 선점하고 미군이 잔류하는 반쪽 공원이 될 것이라 우려하며 국민이 참여하는 온전한 공원이 되게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토부는 못마땅하다는 투지만 서울시의 지적이 타당하다는 사람이 많다. 개발토건 전문인 국토부가 공원 조성 업무를 맡은 것부터가 어울리지 않는다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 박광희 논설위원 khpar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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