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철원DMZ국제평화마라톤 풀 코스에 도전한 나종필(68ㆍ인천 연수구 송도동)씨는 지난달 30일 설악산 울산바위에 올랐다. 일흔을 바라보는 나이에 도전한 200번째 풀 코스 완주를 기원하기 위해서다. 그는 “철원에서 풀 코스 완주 100번째에 이어 200번째 도전에 나서게 돼 의미가 깊다”고 말했다.
올해로 마라톤 입문 12년째를 맞는 나씨는 의미 있는 도전을 앞두고 하루도 빠짐 없이 인천 미추홀 공원을 달리며 몸을 만들어왔다. 그는 “틈틈이 백두대간 종주에도 나섰다“며 “강한 체력이 뒷받침되는 만큼 완주를 자신한다”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나씨처럼 올해 대회에는 자신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한반도 평화를 기원하며 달리는 이색 참가자들이 어느 해보다 많아 눈길을 끈다.
장애를 가진 원생들에게 희망을 주기 위해 출전한 2012년 9회 대회에서 100번째 서브3(Sub3ㆍ풀 코스 3시간 내 완주)를 달성해 감동을 줬던 사회복지사 함찬일(54)씨는 이번 대회에서 자신의 최고기록 경신에 도전한다. 그는 대회 공식 온라인 홈페이지에 “올해도 황금 물결 출렁이는 철원평야에서 개인 최고 기록에 도전하겠다”고 의지를 다졌다.
미국과 영국, 노르웨이, 네덜란드 대사관을 비롯한 13개국 주한외교사절과 덜위치칼리지서울, 한국외국인학교 재학생 등 외국인 524명도 한반도와 세계평화를 기원하며 청정코스를 달린다. 외국인 참가는 국내 마스터즈 대회 가운데 가장 많은 규모다. 주한 외교사절은 대회를 마친 뒤 철원 평화전망대와 제2땅굴 등 아픈 현대사의 기억을 간직한 안보관광지를 둘러볼 계획이다.
찰스 헤이(51) 주한 영국대사는 지난해 5㎞에 이어 올해 대회에서는 하프코스에 도전한다. “2000년 영국마라톤 대회를 완주한 뒤 달리기의 매력을 알게 됐다”는 그는 지금까지 풀 코스 3번, 하프코스 1번을 완주한 달리기 마니아. 헤이 대사는 철원DMZ국제평화마라톤과 첫 인연을 맺은 지난해 개막식에서 유창한 한국말로 한반도 평화와 참가자들의 완주를 기원해 박수갈채를 받았다.
이번 대회 최고령 참가자인 임선빈(83)옹은 5㎞를 완주해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말을 직접 증명하겠다는 각오다. “이번 대회를 위해 북한산과 수락산 등 서울 근교 산들을 속보로 오르며 체력을 길렀다”는 그는 “사랑하는 아내의 손을 잡고 결승점에 골인하겠다”고 다짐했다.
2016미스코리아 입상자들도 대회를 빛낸다. 영예의 진을 차지한 김진솔(22)씨와 선 신아라(21), 문다현(20), 미에 입상한 이채영(19), 김민정(20), 이영인(22), 홍나실(24)씨 등 대한민국 ‘미의 여신’ 7명은 댄스 공연을 통해 매력을 맘껏 발산한다. 이밖에 인라인 동호회원과 응급구조요원, 육군 제5군단ㆍ제6보병사단 장병들은 보이지 않는 곳에서 참자가들의 완주를 위해 힘을 보탠다.
철원=박은성 기자 esp7@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