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부 땐 각종 의혹 감사 요구”
최경희 총장 사퇴를 주장하며 본관 점거 농성 중인 이화여대 학생들이 사태 해결을 위해 이사회의 역할을 촉구하고 나섰다. 총장 사퇴 문제를 놓고 학교 측과 타협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자 비판 대상을 이사회로 전환한 것이어서 학내 갈등이 더욱 깊어질 전망이다.
이화여대 재학생과 졸업생 150여명은 2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학교 본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총장 해임 결정권을 가진 이사회가 사태를 해결하라”며 “학생들의 마지막 요청마저 이사회가 거부한다면 다른 도움을 요청할 수 있게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최 총장이 자진 사퇴할 의사가 없는 만큼 책임 있는 의결기구인 이사회를 압박하겠다는 취지다.
이들은 학교 운영과 관련한 각종 의혹을 제기해 우호 여론을 확산시킨다는 전략이다. 대표적으로 ▦점거농성 당시 경찰력 동원 및 진압 과정 ▦마곡병원 건설로 인한 재정 악화 ▦(평생교육 단과대학 사업 추진 과정에서) 이사회 회의록 삭제 ▦부총장의 법인카드 유용 등 문제가 거론됐다. 학생들은 “의혹을 총망라해 국회 안전행정위원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지역구 의원실에 민원을 제기하고 철저한 감사를 요구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대해 학교 관계자는 “법인카드 유용은 이미 감사실 진상규명위원회 조사 결과 사실무근으로 밝혀졌고 회의록 삭제도 개인정보보호를 위해 비공개 처리한 것 뿐”이라며 학생들의 주장을 일축했다.
이사회 측은 학생들의 요구 사항을 검토한 뒤 다음주쯤 공식 입장을 내놓을 것으로 알려졌다. 이사회 관계자는 “이사회가 관여할 수 있는 범위가 어디까지인지 판단해 조속한 학내 정상화에 도움을 주는 방향으로 결론을 내리겠다”고 말했다.
한편 교수ㆍ교직원 감금 혐의를 받고 있는 총학생회장 최모(23)씨 등 재학생 3명은 이날 오후 서울 서대문경찰서에 출석했다. 이들은 경찰 조사에서 “경찰 수사는 대학 구성원의 정당한 문제제기를 가로막는 연장선에 있다”며 모든 질문에 묵비권을 행사한 것으로 전해졌다.
허경주 기자 fairyhk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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