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을 하다 실망하거나 의욕이 없어질 때, 또는 있는 힘을 모두 써서 기진맥진해질 때 ‘진이 빠진다’는 말을 자주 한다. 사전적 의미는 ‘식물 줄기나 나무 껍질 등에서 분비되는 끈끈한 물질인 진(津)이 빠졌다’는 의미다. 상처 치유를 위해 분비되는 진이 다 빠져버리고 나면 결국 식물이나 나무는 생명을 잃게 된다.
요즘 진이 빠지는 일이 허다하다. 한여름 뙤약볕에선 육체에서 진이 빠지더니 선선한 바람이 불어도 신명 나는 취재 현장이 드물다. 국회가 그렇고 검찰이 그렇고 위안부 취재현장도 그렇다.
2일, 서울 시내의 한 소나무 마디에 송진이 차오르고 있다. 병든 곳을 치료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는 것이다. 진이 다 빠져 버리기 전에 우리 사회도 적절한 처방이 필요할 때다.
서재훈 기자 spri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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