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럭비선수 시절의 경험을 살려 항상 현장에서 몸을 사리지 않는 적극적 자세로 주민들의 안전을 지키는 경찰관이 되고 싶습니다.”
2일 충북 충주 중앙경찰학교에서 열린 제288기 2,451명 신임 경찰관 졸업식에서는 눈에 띄는 이색 경력자가 한 명 있다. 주인공은 여자 럭비 국가대표 주장을 지낸 백가희(28) 순경. 그는 이날 졸업과 함께 충남 당진경찰서에 배치됐다.
백 순경은 2011년부터 2년간 국가대표 럭비팀 주장을 맡았다. 비록 비인기 종목이었지만 패기 하나만으로 똘똘 뭉친 럭비팀의 실질적인 맏언니 역할을 했다. 그의 열정에 힘입어 2011년 아시아 여자 7인제 럭비대회에서 여자 럭비 사상 처음으로 국제대회 승리를 거두기도 했다. 백 순경은 “럭비는 선수들 서로가 동료의 부족한 부분을 채워주지 못하면 절대 승리할 수 없는 운동”이라며 “도움을 주고받으며 목표를 달성하는 게 럭비를 통해 배운 가장 큰 교훈”이라고 말했다.
럭비를 그토록 사랑했던 그가 경찰의 문을 두드린 것은 실업팀 하나 없는 국내 럭비계의 열악한 현실 때문이었다. 백 순경은 “국가대표 수당 60만원만 받으면서 불안한 미래를 이어갈 수 없었다”며 “주변의 적극적 권유도 있었지만, 럭비공을 떠난 제 미래를 생각할 때 딱 맞는 직업이 경찰이라는 결론을 내려 경찰이 되기로 결심했다”고 설명했다. 2013년 11월부터 경찰 임용고시에 도전한 백 순경은 2년 뒤인 지난해 12월 50대 1의 경쟁률을 뚫고 순경 공채 시험에 합격했다.
그는 럭비선수로서 리더십을 인정받아 경찰학교 교육 기간에도 여자 학생장을 맡았다. 백 순경은 “정직하게 살면 ‘바보’라 욕먹는 세상이지만 항상 올바른 삶의 모범이 돼야 하는 경찰관이 된 만큼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박재현 기자 remak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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