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승(사진) 전 한국은행 총재가 2일 “저출산ㆍ고령화로 우리 경제가 장기침체를 맞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지난달 30일 이주열 총재가 “인구고령화는 가계부채, 미국의 금리인상보다 대처하기 어려운 과제”라며 대책 마련을 촉구한 것과 같은 맥락의 문제 제기다.
박 전 총재는 이날 서울 중구 한은 본관에서 한은 간부들을 대상으로 ‘한국경제 성장환경 변화와 정책대응’이라는 주제로 강연한 뒤 기자간담회를 갖고 이같이 밝혔다.
그는 ‘이주열 총재의 저출산ㆍ고령화 문제 지적을 어떻게 생각하냐’는 질문에 "저출산ㆍ고령화 문제는 정부나 국민들이 당장의 문제가 아닌 것처럼 생각하기 쉽지만, 장기적 관점에서 성장의 최대 걸림돌”이라며 “장기침체의 가장 큰 원인이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이어 “내후년부터 인구가 줄고 생산가능인력이 더 크게 줄면 음식점, 주유소, 노래방, 골프장, 세금 등 모든 부문의 수요가 줄어든다”며 “이것이 디플레이션이고 가장 심각한 문제”라고 설명했다.
박 전 총재는 또 “한국 경제의 위기는 지금 '성장률이 어떻다’의 문제가 아니라 앞으로 잠재성장률이 계속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라며 “그만큼 우리 경제의 활력이 꺼져가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저출산ㆍ고령화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결혼하고 아이를 낳는 것이 개인에게 더 유리한 선택이 되도록 사회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며 정부가 결혼, 출산, 육아, 교육 등에서 지원을 대폭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젊은층이 결혼을 기피하는 이유로 주택문제를 꼽은 뒤 "정부는 그린벨트에 신혼부부 전용의 장기저리 임대주택을 지어 저소득 신혼부부가 모두 혜택을 누리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김용식 기자 jawohl@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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