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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치찌개맛 과자에 밥 비벼 먹는다고?… ‘괴식열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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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치찌개맛 과자에 밥 비벼 먹는다고?… ‘괴식열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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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9.02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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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식 과자 미식회'에서 맛본 과자들. 허니버터칩 열풍 이후 제과 업계는 부지런히 새로운 맛을 개발하고 있다.
'괴식 과자 미식회'에서 맛본 과자들. 허니버터칩 열풍 이후 제과 업계는 부지런히 새로운 맛을 개발하고 있다.

“출시 후 몇몇 사람들이 ‘김치 맛이니까 밥과 어울리지 않을까?’ 하는 실험정신으로 밥에 비벼 먹는 걸 봤고, 웹툰 ‘선천적 얼간이들’에도 비슷한 장면이 있었기에 도전해봤다.” 이렇게 가벼운 마음으로 시도한 도전이 트위터에서 큰 화제가 됐다. 트윗의 내용은 김치찌개맛 포테이토칩을 밥에 비벼 먹는 ‘인증샷’이었다. 출시와 동시에 호기심과 실소가 뒤섞인 기묘한 인기(?)를 얻고 있는 포테이토칩의 이름은 정확히는 ‘유어스 스윙칩 오모리 김치찌개맛’. GS25 편의점의 인기 컵라면 맛을 스윙칩에 접목했다. 해당 유저에게 물으니 돌아온 소감. “나름 묵은지의 냄새도 나서 의외로 괜찮았다. 밥 사이사이 씹히는 과자의 바삭함도 나쁘지 않았고. 과자로서도 고추장맛 기반에서 김치 쪽으로 살짝 변형된 맛이라 큰 거부감이 들지 않았다.”

지난 24일 트위터 유저 Lambada(@__Lambada)씨가 올린 사진. 본문의 '가스파드'는 웹툰 '선천적 얼간이들' 작가다.
지난 24일 트위터 유저 Lambada(@__Lambada)씨가 올린 사진. 본문의 '가스파드'는 웹툰 '선천적 얼간이들' 작가다.

비단 김치찌개맛만이 아니다. 최근 과자 업계는 도전의 시대정신을 공유하고 있는 듯 하다. 대표적인 ‘도전의 과자’들을 보자. 농심은 맛짬뽕, 짜왕맛 포테토칩, 해태제과는 오코노미야키칩, 타코야키볼이 기묘한 인기를 얻고 있다. 오리온은 스윙칩 간장치킨, 그리고 위의 유어스 스윙칩 오모리 김치찌개맛을, 롯데제과는 꼬깔콘 새우마요맛을 출시했다. 편의점 과자코너에 들어설 때마다 고개를 갸우뚱하게 되는 시기다.

농심은 “젊은 소비자들에게 어필하는 맛을 찾는 과정에서 기존에 개발해둔 친숙한 맛을 스낵에 맞춰 변형했다. 라면 스프 맛 그대로가 아니라 그 맛을 베이스로 한 포테토칩”이라고 밝혔다. 크라운해태제과 역시 젊은 층을 공략하는 새로운 맛에 도전 중이다. 관계자는 “젊은 층이 새로운 음식문화를 선호하는 트렌드에 주목했다. 다양한 음식들을 콘셉트로 그동안 과자로 만들어지지 않았던 제품들을 개발했다”고 말했다. 오리온은 ‘단짠’맛 과자 열풍을 이을 새로운 맛을 추구한다고 밝혔다. 오리온 관계자는 “기존 제과 시장에 없던 새로운 맛이다. 최근 혼술족이 늘면서 맥주 안주로 간편하게 즐길 수 있는 스낵에 대한 수요가 증가했다는 점에 착안했다”고도 덧붙였다.

그러므로 이건 다 젊은 층으로부터 인기몰이가 시작된 대박 아이템, ‘허니버터칩’ 때문이다. 새로운 대박 맛의 카테고리를 찾는 제과업계의 도전 정신은 과자 역사에서 어떻게 기억될까? 미식, 혹은 괴식 둘 중 하나일 것임에는 틀림없다. 요리사 장진모(전 AND 다이닝 헤드셰프, 현재 새로운 레스토랑 준비 중), 푸드 및 음악 칼럼니스트 김작가와 함께 13종의 도전적인 과자를 맛 봤다. ‘과자 미식회’, 아니 ‘과자 괴식회’다.

지난달 30일 서울 마포구 '쫄깃센타'에서 품평회를 연 괴식 과자 미식회의 미식단. 푸드 및 음악 칼럼니스트 김작가(왼쪽)와 요리사 장진모씨.
지난달 30일 서울 마포구 '쫄깃센타'에서 품평회를 연 괴식 과자 미식회의 미식단. 푸드 및 음악 칼럼니스트 김작가(왼쪽)와 요리사 장진모씨.

>> 포테토칩 맛짬뽕맛(농심)

별점(3개 만점) >> 김 ★★ 이 ★★ 장 ★

김작가(이하 ‘김’)= 짬뽕 맛은 아닌데? 아, 마지막에 조금 짬뽕 같은 맛이 나긴 하네요.

장진모(이하 ‘장’)= 밸런스 자체는 무난해요. 짬뽕보다는 일반 라면 맛에 가깝네요.

김= 라면을 부숴서 스프와 함께 봉지에 넣고 흔들어 먹는 맛이 나요.

이해림(이하 ‘이’)= 라면처럼 맵지는 않네요.

>> 꽃게랑 불짬뽕(빙그레) | 김 ★ 이 ★★ 장 ★★

김=첫 맛이 다네요.

이= 뒤에 매운 맛이 확 올라오는데요?

김= 그러네요. 고춧가루 매운 향이 아니라 좀 인공적인 매운 맛이네요. 꽃게랑 특유의 향과는 마치 서로 욕하는 연인 사이 같은 부조화에요.

장= 딱 꽃게랑 맛이 나네요. 컵라면 특유의 덜 익은 전분 맛이 연상되기도 해요. 뒤에서 짬뽕 맛이 좀 나네요.

이= 뒷맛이 계속 매워요. 기존 제품보다 20% 매운 ‘크레이지 떡볶이’(롯데제과)라는 과자가 있다던데 대결시켜보고 싶네요.

>> 유어스 스윙칩 오모가리김치찌개맛(GS25, 오리온) | 김 ★ 이 ★★★ 장 ★

이= 이건 딱 김치찜이에요. 돼지고기 김치찜!

장= 동물 기름 향이 나긴 하네요. 그런데 김치 맛은 컵라면에 들어 있는 김치의 맛이에요.

김= 김치찌개에 감자칩을 담가 먹는 것 같아요.

이= 과연 밥이랑 어울릴까요? 즉석밥도 준비돼 있어요. 도전하실 분?

김= 절대 안 어울려요. 스윙칩 특유의 버터 같은 향이 있는데, 버터밥과 김치 먹는 맛일 것 같네요.

장= 한식세계화의 압박일까요?

김= 성장 한계점에 도달한 국가경제 같은 맛이에요.

이= 고추장맛 스윙칩의 변형인데 김치찌개 맛을 내면서 한결 개운해요.

>> 포테토칩 짜왕맛(농심) | 김 ★★ 이 ★ 장★

김= 색깔부터 예사롭지 않네요. 짜왕이 아니고, 짜장도 아니에요. 그냥 포테토칩 오리지널에 춘장을 3초 스친 것 같아요.

이= 묽은 짜장면 안의 감자를 먹는 것 같기도 해요.

장= 짜장 맛을 강하게 못 낼 수밖에 없었을 거에요. 짜장 라면 스프 먹어보면 감칠맛이 너무 강해서 그대로는 못 먹거든요. 이건 밸런스를 잘 맞췄네요. 잔향으로 짜장 향이 남아요.

김= 무리해서 짜장 맛을 강하게 안 냈다는 점에서 오히려 좋게 생각돼요.

>> 스윙칩 간장치킨(오리온) | 김 ★ 이 ★★ 장★★

장= 간장치킨 같네요. 약간의 닭고기 맛이 나요. 간장 치킨 양념 맛도 제대로 나고요. 성분을 보니 닭고기, 소고기가 들어갔군요.

김= 간장치킨 양념 맛이 강하네요. 간장치킨을 감자로 만든 것 같네요.

이= 이 제품뿐 아니라 다른 제품들도 원래 포테이토칩들이 가진 맛이 공통적으로 강해요.

김= 정체성이니까 포테이토칩 특유의 맛이 지배적일 수 밖에 없다고 봐요. 그나저나 왜 간장치킨 맛을 포테이토칩으로 먹어야 하죠? 난해한 현대미술 같아요.

>> 포카칩 구운김맛(오리온) | 김 ★★★ 이 ★★★ 장 ★★★

김= 겉과 속이 일치하네요. 정직하게 구운 김맛 포카칩이에요. 다른 걸 다 괴식으로 만드는 좋은 맛이에요.

이= 김 향이 강해요. 파래김 같은 향이 나네요.

장= 원래 포카칩이 가진 얇고 바삭하고 짭짤한 맛도 잘 살아 있어요.

김= 맞아요. 다른 제품들은 감자 전분을 먹는 것 같았는데, 이건 생감자 같아요. 맥주 마시고 싶어지는데요. 아주 좋은 안주에요.

장= 감자와 김이 잘 어울려요. 이건 무조건 별 세 개에요. 어릴 때 먹던 김 센베이의 이상적인 발전형 같네요.

>> 생생칩 진한 참기름으로 고소하게 구워낸 해남 김 감자칩(해태) | 김 ★★ 이 ★★ 장 ★

이= 참기름 향이 아주 강하네요. 하지만 맛을 보면 참기름 맛은 약해요. 어쩐지 미역국, 아니 김국 맛이 연상되는데요.

김= 생일에 먹어야 할 것 같아요. 유탕 처리한 포테이토칩을 참기름에 다시 튀긴 것 같은 맛이 나요.

장= 참기름이 아닐 거예요. 다른 기름의 맛이 더 지배적이네요. 참기름뿐 아니라 김의 캐릭터가 약한 게 아쉬워요. 좀더 짠맛이 있었다면 김의 향도 잘 살았을 것 같은데 아쉽네요.

이= 제조사에서는 제품명에서 방점을 찍는 게 사실은 김이 아니라 참기름이래요. 참기름맛 생생칩인 거죠.

괴식 과자를 맛보는 과자 미식단의 분위기가 사뭇 진지하다.
괴식 과자를 맛보는 과자 미식단의 분위기가 사뭇 진지하다.

>> 오코노미야키칩(해태) | 김 ★ 이 ★★ 장 ★★★

김= 오코노미야키 양념 맛이 제대로 나네요. 가츠오부시 향도 약간 나고요.

이= 파래 향도 조금 있네요. 딱 오코노미야키 맞네요.

장= 피니시도 오래 남아요. 조금 인공적인 맛이 있긴 하네요. 그래도 오코노미야키를 잘 재현했어요. 캐릭터도 뚜렷해요. 오코노미야키 자체가 여러 가지 맛을 가진 음식인데 그 맛들을 다 튀지 않게 둥글려서 합쳐놨어요.

김= 조금 느끼하다는 생각은 드네요.

이= 오코노미야키 위에 뿌리는 마요네즈 맛이 있어서일 거에요.

>> 타코야키볼(해태) | 김 ★ 이 ★ 장 ★

이= 이건 타코야키 맛이 아닌데요?

김= 향은 확 다가오는 것이 타코야키와 아주 비슷했는데, 맛은 바나나킥 같아요.

장= 감칠맛이 너무 두드러져요. 혀에 오래 남네요.

이= 짭짤하면서 달콤한 ‘짠단’은 잘 조화돼 있네요.

장= 호프집 기본안주로 나오는 알록달록한 뻥튀기 같은 질감이네요. 제겐 좀 어색해요.

>> 꼬깔콘 새우마요맛(롯데) | 김 ★★ 이 ★ 장 ★★★

이= 새우버거 패티를 먹는 것 같아요.

김= 그 패티를 튀긴 기름으로 튀긴 것 같은 맛이에요.

장= 마요네즈 맛은 충분히 나는데 새우 맛이 약해요. 그런데 그 자체로 나쁘지는 않네요. 뒷맛으로 비스크 소스를 끓일 때 나는 것 같은 갑각류 향이 조금 남고요. 꼬깔콘의 원래 아이덴티티를 생각하면 굉장히 괜찮은 발전이네요.

이= 꼬깔콘 특유의 맛도 분명히 살아 있어요.

>> 생생칩 콘포타쥬(해태) | 김 ★ 이 ★★ 장 ★★

이= 콘포타쥬가 뭐죠?

장= 포테이지(Portage)를 말하는 것 같아요. 입자가 씹힐 정도로 거칠게 끓인 죽 같은 건데, 동남아시아권의 콘지, 죽과 비슷한 음식이죠.

이= 즉, 이건 옥수수죽맛이군요.

김= 이건 콘버터 맛이에요. 횟집 기본 안주로 철판에 나오는 그거요.

장= 미국 옥수수 통조림 맛이 어마어마하게 나요. 그걸 끓이면 이런 맛이 날 것 같은데요.

>> 새큼한 C콘칩 발사믹(크라운) | 김 ★ 이 ★ 장 ★

이= 식초 냄새가 강하네요.

김= 다른 향을 다 가려요. 그래도 먹을 때는 강하지 않네요.

장= 모데나 발사믹이면 고급이에요. 얼마나 들어갔을까요? 와인 식초 특유의 잔향이 있네요.

이= 발사믹의 달달한 향이 조금 올라오긴 해요.

장= 콘칩도 좋고 발사믹도 좋은데 합쳐놨더니 실망스러운 경우네요.

김= 프랑켄슈타인이군요.

장= 외국 포테이토칩 중엔 실제로 신맛을 사용한 게 많아요. 이건 발사믹 캐릭터를 누르다 보니 어정쩡하게 된 것 같아요. 좀더 살렸다면 마니아는 생겼을 것 같네요.

이= 신맛을 이용한 과자로 ‘새큼달큼 탕슉’(크라운제과)도 있어요. 시중에는 9월 초에 나올 거라 이 자리에선 비교해보지 못하는 게 아쉽네요.

>> 포테토칩 바나나킥맛(농심) | 김 ★★ 이 ★★ 장 ★★

이= 바나나킥 맛이에요. 바나나 향이 엄청 세네요.

김= 바나나킥과 포테토칩이 화학적으로 결합된 게 아니라 물리적으로 결합돼 있는 느낌이에요.

장= 감자와 잘 맞는지는 모르겠어요. 같은 시리즈로 나온 맛짬뽕, 짜왕맛에 비해 캐릭터는 가장 분명하네요.

이= 심지어 원조 원물 과자인 말린 바나나를 먹는 것 같네요.

김= 바나나킥과 포테토칩에 기대하는 걸 동시에 갖췄어요. 두 과자를 따로 살 수고를 덜어주네요.

장= 바나나킥의 부드럽게 사그라드는 질감이 이 맛에는 더 어울릴 것 같기는 해요.

김= 검증된 맛을 선택한 시도라고 생각돼요.

이해림 객원기자 herimthefoodwriter@gmail.com

사진 이인수(Afro Studi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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