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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도, 전문성도 없는 예산 심사… “초등생이 미적분 푸는 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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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도, 전문성도 없는 예산 심사… “초등생이 미적분 푸는 격”

입력
2016.09.02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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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감 일정 끼여 심사 시간 태부족, 보지도 못하고 넘기는 예산 수두룩

선수ㆍ지역 배려ㆍ이해관계 등 위원 구성 기준도 날림심사 부추겨

의원들 “공부만 하다 간다” 자조도

기재부 관료들과 밀실 흥정으로 지역구 예산 챙기는데 목 매

20대 정기국회 첫날인 1일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기국회 개회식에서 새누리당 의원들이 정세균 국회의장의 개회사에 항의하면서 퇴장하고 있다. 여당의 의사일정 보이콧으로 20대 국회는 첫날부터 파행이 빚어졌다. 뉴스1
20대 정기국회 첫날인 1일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기국회 개회식에서 새누리당 의원들이 정세균 국회의장의 개회사에 항의하면서 퇴장하고 있다. 여당의 의사일정 보이콧으로 20대 국회는 첫날부터 파행이 빚어졌다. 뉴스1

“초등학생이 벼락치기로 미적분 수학 문제를 푸는 격이다.”

전문가들은 수박 겉핥기로 진행되는 국회 예산 심의의 가장 큰 문제점으로 심사 시간의 절대적 부족과 예결특위 위원들의 전문성 미비를 꼽고 있다.

국회는 내실 있고 안정적인 예산 심사를 위해 지난 16대 국회부터 예결위를 상설특위로 전환했다. 그러나 연중 수시로 운영되는 일반 상임위와 달리 정기국회(9~12월)에만 가동되고, 실제 예산 심사에 투입하는 시간은 한 달 남짓에 불과하다. 정부가 예산안을 9월 초에 제출하지만, 국회의원들이 상임위 별로 본격적인 예산 심사에 나서는 것은 국정감사 일정을 마친 10월 중순이기 때문이다.

국회 관계자는 1일 “예결특위 위원들은 상임위의 예비심사 기간과 특위 예산안조정소위의 막판 계수조정 기간을 제외하면 일 할 시간이 한 달 남짓이어서 아예 보지도 못하고 넘기는 사업 예산이 수두룩한 게 현실이다”라고 말했다. 의원들 스스로 “공부만 하다 간다”고 고백할 정도로 예결특위의 최종심사 과정에서 의원들의 역할은 제한적이다.

달랑 1년 임기의 예결위원 구성 방식도 ‘날림 심사’를 부추기는 요인이다. 예결특위는 일반 상임위와 달리 50명 규모의 매머드 급으로 구성되는데, 예산 심사의 전문성보다는 선수 및 지역 배려,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라 뽑히는 경우가 다수다.

전직 예결특위 소속 의원실 관계자는 “원내대표가 당선 후 나눠줄 수 있는 핵심 ‘꿀 보직’ 중 하나가 예결특위 간사라는 말이 나올 만큼 자신의 선거를 도와준 의원이나 당내 정치지형 상 예우해줘야 할 의원들을 예결특위에 배정한다”고 말했다.

특히 예결특위를 겸임 상임위로 두다 보니 의원들 역시 예결특위 활동을 경력 한 줄 추가하는 ‘단기연수’ 개념으로 치부하는 게 현실이다. 의원들을 도와야 할 보좌진의 역량도 들쭉날쭉해 예산안 심사 시즌만 되면 일종의 예결특위 매뉴얼인 ‘족보’를 서로 주고 받으며 한 철 때우는 식이다. 이렇다 보니 의원들은 예결특위에 나와서도, 예산 심사와 직접적으로 관련 없는 여야 정쟁 현안을 질의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대신 예결위원들은 1년 임기 동안 자신의 지역구 예산을 더 챙기는 데 목을 맨다. 정부 역시 이 같은 한탕주의 속성을 알기에, 예결위원들과 짬짜미로 주고받기 식 거래를 시도한다. 여야 의원들 사이에서도 서로의 예산을 챙겨주는 흥정을 통해 ‘전리품’을 나눠먹기 일쑤다. 특히 11명 의원으로 구성되는 예산안조정소위는 예결위원들과 기획재정부 관료들만 들어가 ‘깜깜이’로 진행되다 보니 밀실 합의의 온상으로 지적되고 있다. 한 야당 의원실 보좌관은 “예산안조정소위가 기재부의 논리를 막을 최후의 방어선이 돼야 하는데, 의원들이 개별 사업에 대한 전문성이 부족하다 보니 늘 맥 없이 밀린다”고 말했다.

정치권에선 국회선진화법으로 인해 국회의 예산 심사권한이 더욱 약화됐다고 하소연한다. 여야가 예산안에 합의하지 못하더라도 12월 2일 예산안이 본회의에 자동으로 상정되기 때문이다. 19대 국회 예결특위 위원이었던 야당 재선 의원은 “자동상정조항으로 갑을 관계가 확실히 바뀌었다”며 “정부 입장에선 최악(예산안 합의처리 실패)이 최선이 될 수 있어 막판 가서는 예결위원들을 피하며 버티기에 들어가도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강윤주 기자 kka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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