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단골 목욕탕은 폐업 직전이다. 어마어마하게 큰 이 목욕탕은 한 시절 건물 네 개 층을 모두 사용했다. 1층은 목욕탕이고 나머지 층들은 찜질방이었다. 불경기 끝에 이제는 간판만 겨우 덜렁거리며 목욕탕만 운영을 하고 있다. 팔리기만 한다면 언제고 문을 닫을 기세다. 그런 괴괴한 곳에 굳이 다니는 이유는 때밀이 아줌마 두 분 때문이다. 일본 국수집 주방장처럼 수건을 야무지게 머리에 동여맨 아줌마는 마지막 마사지를 끝내주게 잘했고 언제나 빨간 브래지어와 팬티만 입는 아줌마는 오이팩을 공짜로 해주었다.
나는 그곳에서 참 별의별 이야기를 다 들었다. 화정식당 아저씨가 바람이 난 건 이미 이태 전부터였고, 박집사네 둘째 아들은 실직을 하고서도 그걸 숨긴 채 대출을 받아 아내에게 월급인 양 가져다 주었고, 장호엄마는 사실 국졸이었다. 나는 아줌마들의 이야기를 까먹지 않으려고 눈을 감고 되뇌었다. 꼭 소설에 써먹어야지 생각했다. 수건을 동여맨 아줌마가 옆 침대에 누웠던 뚱뚱한 할머니의 등을 잡고 일으켰다. “자, 수고하셨어요. 다음에 또 오시고요.” 할머니가 아쉬운 소리를 했다. “어깨 좀 더 두들겨주지.” 아줌마가 타박을 했다. “아이고, 2만원으로 무슨 호강을 그렇게 하시려고요!” 나는 들키지 않게 킬킬 웃었다. 그러게, 2만원으로 이렇게 재미난 이야기 담뿍 들었으면 됐지. 뉴스를 보건 신문을 보건 40 분 꼬박 귀 기울여도 이리 즐거운 이야기는 없는데. 골치만 지끈거릴 뿐이지.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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