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7차례 걸쳐 범행, 일당 9명 적발
공항 보안관리자를 돈으로 매수, 400억원대 외화를 복대 등에 숨겨 외국으로 빼돌린 일당이 경찰에 붙잡혔다.
경기남부경찰청 사이버수사대는 외국환거래법 위반 및 관세법 위반 혐의로 환전업자 장모(38)씨 등 3명과 한국공항공사 7급 직원 정모(49)씨 등 4명을 구속했다고 1일 밝혔다.
또 외화 운반책 류모(49)씨 등 5명을 같은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장씨 등은 지난해 6월24일부터 지난달 18일까지 필리핀에 서버를 둔 카지노 도박사이트 운영자 등의 의뢰를 받아 최대 2억 원(지폐 4~8다발)씩 모두 217차례에 걸쳐 달러, 유로화 등 441억 원 상당의 외화를 밀반출한 혐의를 받고 있다.
장씨 등은 도박사이트 운영자가 국내 대포통장 수십여 개를 통해 회원들에게서 받은 돈을 온라인 송금해주면 외화로 환전, 복대와 야구 스타킹 등에 숨겨 현지로 출국해 직접 건넨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은 의뢰 시점의 환율에 0.4∼0.6%를 더한 수수료와 환차익 등 7억 원상당을 챙겼다.
장씨 등의 범행은 지난 3월쯤 지인들의 소개로 알게 된 공항 보안관리자가 합류하면서 대담해졌다. 한국공항공사 소속 김해국제공항 보안관리팀 직원 정씨는 이들이 출국장에 오면 승무원이나 교통약자가 이용하는 직원 검색대로 안내했다.
다른 직원들은 검색대를 감독하는 정씨가 장씨 등의 짐을 들어주는 등의 모습을 보고 별다른 의심을 하지 않았다고 경찰은 설명했다. 정씨는 그 대가로 이들에게서 2,180만 원 상당의 금품을 받았다.
경찰은 불법 도박사이트의 자금 흐름을 추적하는 과정에서 장씨 일당의 범행 사실을 확인, 이들을 모두 붙잡았다. 또 검거 당시 장씨 등이 갖고 있던 9억8,000만 원 상당의 현금과 홍콩달러를 압수했다.
경찰 관계자는 “피의자들은 원화 가치가 오를 때 미리 외화를 구입해 환차익을 늘리기도 했다”며 “공항 보안관리팀 직원들은 용역업체 직원들로, 감독자인 정씨가 맞이한 장씨 등을 의심치 않았다”고 말했다.
유명식 기자 gij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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