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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온난화… 대구ㆍ경북, 아열대과일 주산지 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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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온난화… 대구ㆍ경북, 아열대과일 주산지 넘본다?

입력
2016.09.01 1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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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달성군, 무화과 주산지 부상

레드향ㆍ한라봉은 경산만 10농가

홍수출하ㆍ과잉재배 방지해야

‘따라하기’식 아닌 계획적 보급 필요

경북 경산시 하양읍 모이세 농장 비닐하우스에서 황인표 대표가 한라봉의 생육상태를 살펴보고 있다. 12월쯤 수확할 예정으로, 제주보다 높은 일교차로 당도가 높아 더 높은 가격을 받는다. 최규열기자
경북 경산시 하양읍 모이세 농장 비닐하우스에서 황인표 대표가 한라봉의 생육상태를 살펴보고 있다. 12월쯤 수확할 예정으로, 제주보다 높은 일교차로 당도가 높아 더 높은 가격을 받는다. 최규열기자
열대과일로 여성에게 인기가 높은 패션프루프(백향과). 경북도 제공
열대과일로 여성에게 인기가 높은 패션프루프(백향과). 경북도 제공

경북 경산시 하양읍 황인표(61)씨의 ‘모이세’농장 비닐하우스. 2,640여㎡ 농경지에 들어선 너비 7m, 하우스 측면 높이 2m70㎝의 비닐하우스 5동에는 제주도나 남해안에서나 보던 한라봉과 레드향이 늦더위 속에 하루가 다르게 알이 여물고 있었다. 가을 이후에 늦게 익는 만감류인 레드향은 12월, 한라봉은 내년 1, 2월쯤 수확하게 된다.

황씨의 만감류는 모두 200여 그루. 지난 2011년에 심어 지난해 처음으로 3㎏들이 100여 상자를 수확했다. 한 상자에 2만5,000원을 받아 제주산보다 가격이 좋았다. 일교차가 심하고 토질이 좋아 당도가 더 높기 때문이다. 수확 2년 차인 올해는 400여 상자, 내년부터는 본격적으로 수확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황씨는 “토마토를 재배하다 만감류로 전환했다”며 “나무를 심고 4, 5년 가량 수입이 없는 것이 단점이지만 일손이 적게 들고 가격이 좋아 큰 기대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황씨 같은 만감류 재배농가는 경산에서만 10가구 2만5,000여㎡에 달하고, 해가 갈수록 늘고 있다.

지구 온난화의 영향으로 사과와 복숭아를 강원, 경기 등에 내 준 대구ㆍ경북지역이 무화과, 한라봉, 패션프루트 등 열대, 아열대과일의 주산지를 넘보고 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패션프루트(백향과) 망고 파인애플 용과 파파야 등 국내 열대과일 생산량은 1,174톤으로 전년 대비 52.5%, 면적은 80% 이상 늘었다. 지역에서 아열대과일 재배도 쉽게 볼 수 있게 됐다.

대구 달성군 하빈면에선 6개 농가가 2만여㎡ 농지에서 연간 44.5톤 가량의 무화과를 생산한다. 경북 고령군 운수면에서도 13농가 등 이들 지역이 무화과 주산지로 부상했다.

대구 달성군 다사읍에선 남미가 원산지인 패션프루트를 6,900여㎡ 비닐하우스에서 재배하고 있다. 100가지 맛과 향이 난다고 해 백향과라도 불리는 이 과일은 영상 5도 이상만 유지하면 살 수 있고 석류보다 비타민C가 3배나 많고 무기질이 풍부해 여성들에게 특히 인기가 높다. 경북 전체로는 올해 현재 김천 19곳, 칠곡 8곳 등 52농가에서 재배하고 있다.

경북도농업기술원 등에 따르면 우리나라에서 평균기온이 1도 오르면 농작물 재배적지가 위도 기준 81㎞, 고도는 154m가 상승하는데, 지난 100년간 평균기온이 1.8도나 상승했다. 이에 따라 열대ㆍ아열대과일 통계를 내기 시작한 2008년부터 7년 만인 지난해까지 아열대과일 재배면적은 10배나 늘었다.

이에 따라 경북도와 경산시 등 일선 지자체들도 사과 복숭아 등을 대체할 작목 발굴과 보급에 발벗고 나섰다.

경북도는 지구온난화와 자유무역협정(FTA)에 대비, 과수 명품화사업의 일환으로 2007년부터 지난해까지 체리 블루베리 한라봉 석류 파파야 등 188.8㏊에 대체과수를 보급했다. 2010년부터는 영덕에서도 한라봉 시험재배를 시작했고, 지난 6월에는 경북 대체과수 육성방안 심포지엄도 여는 등 다각적인 대응책을 마련하고 있다.

포항시는 2013년부터 부추 시금치 대체작목으로 동남아 원산인 쌈채와 아열대과일인 무화과, 열대과일인 양빈 등을 시험재배 중이며 경산시도 지역에 적합한 만감류 표준재배기술 확립 등을 위해 시범사업을 하고 있다.

하지만 열대ㆍ아열대 과일 재배는 일부 선도 농가를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고, 경제성이나 시장성 등에 대한 면밀한 분석이 부족하고 과잉재배에 따른 가격폭락 대비 등 사전 준비가 부족하다는 것이 대체적인 분석이다. 패션프루트 등은 아직 경매시장에 상장 되지 않아 인터넷으로 직접 판매하거나 대형할인점에 의존하는 등 판로확보에 많은 어려움을 겪는 현실이다.

농업 전문가들은 제주산이나 수입산과 직접적인 경쟁을 피할 수 있도록 촉성재배를 통한 조기출하, 억제재배로 늦게 출하하는 등 출하시기 조정, 지역별 재배기술 정립 등에 정부와 지자체가 앞장서야 한다고 지적했다.

경북도 농업기술원 원예경영연구과 장원철 계장은 “기후변화에 대한 면밀한 분석이 필요하고 신중한 접근이 요구된다”며 “기후변화에 따른 대체작목 재배는 농가와 지자체가 머리를 맞대고 문제점을 파악한 뒤 개선책을 수립해 장기과제로 추진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설명했다.

최규열기자 echoi10@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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