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m내 금연구역 집중단속 시작
일부 몸싸움, 격하게 억울함 토로
“금연구역에서 담배를 피우시네요. 과태료 10만원입니다. 신분증 좀 보여주세요.” “아니 10만원은 너무 한 거 아니에요. 피울 곳이라도 정해주고 못 피게 하든가.”
1일 오후 2시 서울 용산구 서울역 11번 출구 주변에서 흡연자와 이를 단속하던 공무원들과 실랑이가 벌어졌다. 끝내 단속에 걸린 남성은 인상을 찌푸린 채 항의하다 마지못해 신분증을 내밀었다.
서울시가 지난 5월 서울 지역 지하철역 출구 10m 이내를 금연구역으로 지정한 후 4개월간의 계도기간을 거쳐 1일부터 집중단속에 나섰다.
단속에 걸린 시민들 대부분은 허탈해하며 볼멘소리를 하다 단속스티커를 발부 받았지만, 일부는 단속반을 피해 도주하다 단속반과 몸싸움을 벌이거나 격렬하게 억울함을 호소하기도 했다. 금연구역과 흡연구역 경계를 바닥 스티커로만 표시해 흡연 적발 시 금연구역 여부를 놓고 불만이 쇄도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있었지만 다행히 이 같은 시비는 없었다.
이날 단속은 시와 25개 자치구 소속 금연지도원 130명이 총동원돼 자치구별로 오전8시~오후10시 이뤄졌다. 단속은 특히 서울ㆍ종각ㆍ왕십리ㆍ건대입구ㆍ길음역 등 평소 지하철역 출구에 흡연자가 많던 역 주변을 중심으로 진행됐다. 금연지도원 외에 보건소 전직원들까지 총 84명이 단속반을 편성해 지하철 출구 흡연 뿌리뽑기에 나선 성동구의 경우 왕십리역에서 오전에만 10건의 단속 스티커를 발부했다.
하지만 이번 단속으로 지하철역 주변 흡연 자체가 줄어들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일부 흡연자들은 단속반을 보고 지하철역 인근에서 담배 피기를 아예 포기했으나, 많은 흡연자들은 10m만 벗어나면 단속 대상이 아니라는 점을 감안해 금연구역 인근에서 담배를 피우기도 했다.
실제 이날 단속이 진행된 서울역의 경우 8번 출구에서 회현역 방향으로 가는 길목에는 흡연자들이 많았다. 김성훈(43)씨는 “죄인취급 받는 거 같아 단속이 싫다”면서 “지하철역 출구 근처에 흡연부스도 거의 없는데다, 있더라도 흡연부스 안에 환기도 잘 안 되는 거 같아 밖에서 주로 담배를 피게 된다”고 했다.
이에 대해 시 관계자는 “이번 집중단속은 9일까지 진행된다”며 “단속 기간 동안 발부된 단속스티커를 분석해 집중단속 지역과 흡연부스 설치지역을 선정하는데 활용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태무기자 abcdefg@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