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임기 최후의 과제’ 해결
온실가스 감축 새 전기 맞을 듯
남중국해ㆍ사드 갈등 완화 예고
미국과 중국이 이달 4일 중국 항저우(杭州)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 앞서 공동으로 파리 기후변화협정을 공식 비준할 전망이다. 파리 기후변화협정은 협정국 모두에게 2020년부터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강제하고 있는데, 세계 양강(G2)이 비준을 천명함에 따라 전세계가 동참하는 계기가 될지 주목된다.
31일(현지시간) 미국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에 따르면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G20을 앞두고 파리 기후변화협정 비준을 공식 발표할 예정이다. 폴리티코는 한 미국 정부 소식통을 인용, “미국의 복잡한 절차로 불확실한 부분이 있지만 이달 2일까지는 발표가 가능할 것”이라고 전했다.
미국과 중국의 공식 비준이 갖는 무게는 남다르다. 지난해 12월 파리에서 열린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 당사국총회에서 우리나라를 비롯한 196개국이 온실가스 감축에 동참하겠다는 기후변화협정에 서명했지만 지난달까지 비준을 마쳤거나 약속한 나라는 23개국에 불과하다. 이런 상황에서 전세계 탄소 배출량의 약 38%를 차지하는 미ㆍ중이 자국의 제조업 둔화 등의 부작용을 감수하고 비준을 전격 체결하면 세계 각국도 상당한 부담을 떠안게 된다.
오바마 대통령은 기후변화 협정 비준을 ‘임기 최후의 과제’로 여기고 있다. 때문에 중국과의 전격적인 비준 체결은 기후변화협정에 반대하는 공화당이 설사 다음 정권을 잡더라도 이를 되돌릴 수 없도록 하려는 포석으로 풀이된다. 세계 패권을 노리는 시진핑 주석도 경제 성장을 위해 환경오염을 등한시한다는 비판을 벗어나 G2로서 리더십을 발휘했다는 평판을 얻을 전망이다. 특히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과 한반도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를 놓고 거센 갈등이 예상됐던 G20의 분위기를 다소 누그러뜨리는 데 도움을 줄 것으로 외신들은 보고 있다.
1997년 제정된 ‘교토 의정서’ 가 선진국에게만 온실가스 감축 의무를 부과한 것과 달리 파리 기후변화협약은 196개 협정국 모두가 온실가스 감축에 협력하도록 규정했다. 55개국 이상이 비준하고 비준국의 탄소배출량이 전세계 배출량의 55% 이상이 되면 발효되는데, 미중의 합류로 올해 내 발효가 무난할 전망이다.
정지용기자 cdragon25@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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